본문 바로가기
이슈

[9월_이슈]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일까? - 양천<기타를 찾아서> 제작후기

by 공동체미디어 2013. 9. 30.

[서울시마을미디어지원센터 뉴스레터 '마중' 2013.9.30]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일까?

- 마을 영화 <기타를 찾아서...> 촬영 후기: 미디어 3기 마을돌이의 모기동 미로게임 교육을 마치며..

 

김홍근(양천 청청청 교사)

 


양천 '청청청' 청소년들이 제작한 마을 영화 <기타를 찾아서...>의 스틸컷. <기타를 찾아서..>는 기타리스트가 꿈인 학생이 엄마가 버려버린 기타를 찾아서 마을을 헤매이며 마을의 공간을 찍는 사진 기자를 만나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애들아 수고했다.”

. 쌤도 수고많으셨어요.”


928일 서울 시청 시민청에서 영상 콘서트를 마치며 학생들과 자축을 했다. 지난 2개월간 마을을 뛰어다니면서 극영화를 만들던 시간이 너무도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없는 시간 쪼개고 더운 한낮에 뛰어다니며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었지만, 열정을 가지고 재미있게 동참해준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 뿐이었다.

 

720일부터 시작된 마을 미디어 문화 교실 3. 방학 중. 그것도 주말에 오전에 이루어진 교육이라 학생들이 얼마나 호응을 해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杞憂)였을 뿐이다.


 처음 교육을 시작하며 모인 학생들은 11, 초등학생 3, 중학생 1, 고등학생이 7명이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작년 미디어 1,2기를 했던 아이들이라 선배티를 내고 있었고 고등학생들은 처음이라 그런지 어색한 분위기였다. 더군다나 7명의 고등학생 중 6명이 영일고등학교 1학년생이었지만, 학교에서 정작 만나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처음 수업은 어색한 분위기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연극놀이를 중심으로 한 첫 수업. 고등학생들의 끼가 어김없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초반의 어색함도 잠시 가상마을을 만들어 그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연극을 할 때 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 마냥 서로 의논하고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점차 수업이 진행됨에 따라 중간에 교육을 그만두는 친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휴가철 가족 여행, 주말 학원 강습 등 학생이기에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상황들, 더러는 개인사정으로 인하여 교육을 포기한 학생이 나온 것이었다. 그래도 미디어 촬영을 시작할 때는 고등학생 5명의 친구들이 시작했으니 출석률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

 

 미디어 강사 선생님이신 경희령 쌤을 중심으로, 연기 욕심이 많은 경호, 차분하지만 꼼꼼한 지훈이, 몸은 불편하지만 촬영기간 내내 열심히 뛰어준 해준이, 책임감이 강하고 배려심이 많은 규호, 조용하지만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 지후. 모두 기타를 찾아서를 만들기 위해 함께 해준 친구들이었다.


처음부터 극영화를 할 계획은 아니었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마을의 숨은 장소를 찾아내어 사람들과 인터뷰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초중등부 학생들이 오해셔틀이라는 단편 옴니버스식 극영화를 계획하는 것을 보고 계획을 수정하였던 것이다.


 시나리오 작성과 촬영장소 물색은 모두 고등학생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였다. 영상 제작의 목적은 마을 미디어 사업의 취지에 맞게 마을의 명소를 소개하는 것으로 잡았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그 명소들을 소개해야 할까?


△ <기타를 찾아서...> 제작 현장


 

사진기자가 사진을 찍으면서 돌아다니는 컨셉은 어떨까요?”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이 마을을 돌아다니는 것은 어떨까요?”

 

학생들이 각자 의견을 내놓고 그에 따라 컨셉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정해진 내용이 기타를 찾아다니는 반항아가 마을 사진을 찍고 다니던 사진기자를 만나 기타를 찾게 된다는 것이었다.


촬영컨셉을 잡고, 시나리오를 끝내고 나니 촬영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역시 젊은 학생들을 따라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중순에 촬영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몸이 안 좋은 해준이가 소매치기 역할을 맡아 열심히 뛰어다니니 다른 친구들도 불평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규호는 그런 해준이가 다치지 않을까 옆에서 챙겨주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숙영원, 행복한 마을가게, 청청청 등 마을 주민들도 마을 미디어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촬영에 적극 협조를 해주셨다.

실제적으로 촬영을 했던 시간들은 일주일정도 하루에 3,4시간씩 했으니 최장 24시간 정도되었다. 하지만 막상 편집을 끝내고 보니 102. , 그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이정도밖에 안 나오다니……. 왠지 손해를 보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미디어 수업을 통해서 우리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 있다는 것이 커다란 자부심이 되었다.

 

, 저희 학교에 영화 동아리 만들거예요.”

 

미디어 수업이 끝나갈 때, 규호와 경호가 말했다. 이미 학교에 비인가 동아리 신청도 했다고 했다. 이번 미디어 수업을 통해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는 것이다.


지금 규호는 한참 영화 동아리를 위해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경호는 연기를 배우기 위해 연극 극단에 들어갔다고 했다. 지훈이는 언론분야 쪽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미디어 활동을 계속 할 것으로 보인다.


 ‘기타를 찾아서라는 단편 극영화를 만들면서 우리들이 찾은 것은 기타가 아니었다. 이 수업을 통하여 마을에 대한 관심과 주민들의 격려를 찾을 수 있었고, 학생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꿈을 찾았던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마을 미디어 교실을 통해 많은 것을 찾았는데, 나는 무엇을 찾았을까? 내가 이 교육을 통해서 찾은 것은 학생들에 대한 신뢰가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 교육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이 잘 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했던 것은 어쩌면 그들에 대한 불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교육이 끝나고 영상 촬영이 끝난 지금, “. 도와주세요라고 전화하는 학생들의 전화를 계속 받아주는 것은 내 마음 한 켠에 그들이 잘 할 수 있다는 기대신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양천 '청청청'의 김홍근 선생님과 <기타를 찾아서...>를 제작한 청소년들. 마을미디어영상콘서트가 끝나고 기념 촬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