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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9월_이슈] 마을, 상상력으로 이어지다: <마을미디어 영상콘서트>를 다녀와서

by 공동체미디어 2013. 9. 30.


[서울시마을미디어지원센터 뉴스레터 '마중' 2013.9.30]

 


마을, 상상력으로 이어지다

:<마을미디어 영상콘서트>를 다녀와서

 

스이(<마중> 객원기자)

 

 

 

928, 이른 아침부터 시민청 활짝라운지에 대형스크린과 온갖 조명들, 음향장비들이 설치되면서 그럴 듯한 무대가 생겼다.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 3기 사업을 통해 시민들이 제작한 영상을 위한 무대였다. <마을미디어 영상콘서트>라는 이름의 이 행사는, 지난 6월부터 각 마을에서 진행된 미디어 교육사업의 성과를 상영회의 형식으로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 <마을미디어 영상콘서트> 현장. 마을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었을 때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트레일러가 상영되고 있다.


도봉구 칸타빌레 중창단의 귀여운 축하공연으로 영상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일곱명의 어린이들(들리는 후문에 의하면, 이들은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만난 사이라고 한다)이 귀여운 율동과 함께 부르는 노래 소리에 수선스러웠던 장내가 이내 조용해졌다.

 

도봉구 <칸타빌레 중창단>의 축하 공연

 

상영은 1부와 2부로 나눠서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도봉구의 도봉N, 은평구의 다큐희망, 양천구의 '청청청'에서 만든 네 개의 영상들로 약 30분에 걸쳐 상영이 이뤄졌다.

 

첫 상영작품인 "친절한 남자"(도봉N)는 흡사 터미네이터를 방불케 하는 반전 스릴러였는데, 주민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음산한 분위기, 리듬감 있는 점프 편집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 상영작은 "나의 세렌디피티"(도봉N)라는 로맨스 물. 마을미디어 교육현장에서 만난 남녀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로맨스 연기를 하다니, 하는 생각에 쑥스러운 웃음부터 나왔다. 그렇지만, 시종일관 진지한 연기를 보고 있으니, 이 분들의 끼가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끼와 재능을 그동안 어떻게 숨기고 살았을까. 마을에서 영상을 배우면서 사람들과 숨겨진 재능을 발휘할 수 있어 얼마나 즐거웠을지 눈에 보이는 듯 했다.

 

 도봉N에서 제작한 <친절한 남자>(왼쪽)<나의 세렌티피티>(오른쪽) 상영장면

 


세 번째 상영작은 은평구 청소년들이 제작한 "어른들에게 궁금한 것들"(다큐희망)이라는 인터뷰 다큐였다. "살면서 후회한 적은?", "돌아가고 싶은 학창시절은?" 등의 질문에 어른들은 사뭇 진지하게 대답해주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장면은 "자녀가 자신의 꿈을 위해 학교를 그만둔다고 하면?"이라는 질문에, 인터뷰이 중 한 명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땡큐지. 요새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대답하자 인터뷰를 하던 청소년이 "정말요?"라며 놀라워했던 순간이었다. 이해받고 있다는 것에 대한 놀람과 안도감이 섞인 짦은 반문. 어쩌면 그들은 이런 의외의 순간을 기대하고 카메라를 들었던 것이 아닐까.

 


 

 은평구 다큐희망에서 제작한 <어른들에게 궁금한 것들> 상영 장면. 독특한 분장을 한 어른들이 성실하게 답변해주고 있다.

 

잠시 후, 양천구 청소년들의 작품인 "기타를 찾아서"(청청청)가 네 번째로 상영되었다. 마을 사진을 찍으러 다니던 아이와, 어머니가 팔아버린 기타를 찾으러 다니던 아이가 우연히 만나 기타도 찾고 마을 친구도 된다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시장의 여러 가게들, 색색으로 칠해진 계단, 청소년 센터, 마을 카페 등 마을 곳곳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만들어낸 영상 덕분에, 작품이 끝날 즈음 그들이 사는 목동 2동을 한바퀴 돌아본 것 같았다. 1부 상영 후 가진 제작진과의 만남 시간에서, 한재훈 감독은 "각 장면을 모두 다른 날짜에 찍어서 편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제작 과정 중 쉽지 않았던 점을 털어놓았다.

 


 양천구 청청청에서 제작한 <기타를 찾아서> 상영 장면(좌)<기타를 찾아서> 제작진들과의 대화(우)

 


1부를 마치고 강동구 열린사회시민연합 강동송파지부의 "화모니"에서 축하 공연을 펼쳤다. "화모니"는 강동 마을 도서관 "함께 크는 우리"에서 화요일마다 모여 연습하는 가족 합창단이라고 한다. 마을에 사는 여러 가족들이 모여서 책 내용에 곡을 붙인 노래들이 활짝 라운지를 가득 채웠다.

 


▲ 강동구 가족합창단 <, , 평화를 노래하는 화모니>의 축하 공연  

 


2부는 성북구 마을방송 와보숑 TV의 한 꼭지 영상을 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와보숑 TV의 인기 프로 "아빠들의 수다" 6"아빠 그리고 술" 편이었는데, 3명의 고정출연자 아버지들과 초대 손님인 내과 원장님이 나와서 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었다. 술버릇, 술값, 좋아하는 술 이야기에서부터 술에 얽인 건강 이야기까지 막힘 없이 풀어내는 그들의 입담에 마치 한 편의 리얼리티 쇼를 보는 것 같았다. (그 입담에 힘입어, 이번 영상 콘서트의 사회는 "아빠들의 수다" 진행자이신 김재현 님에게 돌아갔다)

 


 성북구 와보숑 TV <아빠들의 수다> 상영 장면(좌)과 영상콘서트의 사회를 맡아주신 성북구 와보숑 TV의 김재현 님(우)

 


2부 두번째 상영작은 강동 청소년들이 함께 만든 "터진 김밥" 이었다. 청소년들의 우정과 성적지향에 얽힌 고민을 위트있게 엮어낸 이 작품은 청소년들 사이에 있을 법한 일화를 무게감 있게 잘 다뤘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어 열린 제작진과의 만남 시간에서 김태국 감독은 "터진 김밥은 성소수자를 상징한다"면서 "요즘 청소년들이 게이라는 소재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데, 친구가 게이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강동구 열린사회시민연합에서 제작한 <터진 김밥> 상영장면(좌)과 제작진들과의 대화 (우)

 

영상 콘서트의 마지막은 강동의 청소년 댄스동아리인 J lection이 장식하였다. 다섯 명의 훤칠한(!) 남학생들이 아이돌 못지 않은 춤 솜씨로 활짝 라운지의 분위기를 한껏 띄우면서, 길지 않은 콘서트 끝자락의 아쉬움을 채워주었다.

 

 

 강동구 청소년 댄스동아리 <J lection>의 축하공연


 

 이날 영상 콘서트 현장에는 카메라와 캠코더를 들고 있는 관객들이 유난히 많았다. 마을 미디어교육의 또 다른 성과라면 성과일지도.


 

   영상 콘서트 행사 후 가진 기념사진 촬영 시간

 


이번 영상 콘서트에서 상영한 작품들은 대부분 마을에 사는 평범한 누군가의 생애 첫 영상물이었을 것이다. 마을에서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나 처음으로 영상을 배우고,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며 함께 만들어낸 것이라 생각하니 작품의 완성도보다 그 안에 녹아들어있는 관계망들이 소중해보였다. 마을에서 이뤄진 미디어교육을 계기로 사람들이 자기 표현과 소통의 수단을 하나 더 갖게 되었다면, <마을미디어 영상콘서트>는 마을이 이들의 상상력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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