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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9월_이슈] 찾아가는 웃떠말 - <마을 라디오 고민의 공통분모 찾기>취재

by 공동체미디어 2013. 9. 30.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뉴스레터 '마중' 2013.09.30]

 

마을라디오, 고민으로 통()하다

- 웃떠말 프로젝트 세 번째 모임 -

 

취재 및 정리: 김보람 <마중> 객원기자

 

 

지난 98() 서울 종로구 창신동, 소규모 봉제공장과 가게들이 늘어선 골목길 어디선가 왁자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웃떠말 프로젝트가 열린 친구네 지역아동센터였다. ‘웃떠말 프로젝트는 웃고, 떠들고, 말하며 마을미디어 운영의 어려움을 나누고 돌파구를 찾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마을미디어네트워크 정기 모임. 세 번째 시간은 창신동라디오 이 있는 곳에서 찾아가는 웃떠말형태로 진행됐다.

 

창신동 라디오방송국 ’ 3기 수료생들의 발표회 이후 시작된 이날 모임은 창신동라디오의 기조발제와 동작FM의 보조발제, 간담회 순으로 진행됐다. 창신동라디오’, 동작FM, 성북마을방송, 중랑라디오 등 곳곳에서 모인 스무명 남짓 활동가들이 기술 부족과 공간 문제, 활동가들 간의 소통 문제 등 그동안 겪어온 어려움에 대해 열띤 이야기를 이어갔다. 주제별로 공통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날 모임을 다시 정리했다.

 

 

  찾아가는 웃떠말

 

평생 바늘구멍만 보고 살다 컴퓨터를 배우려니 어려워요

 

마을미디어 방송을 갓 시작한 이들이 처음 맞닥뜨리게 된 장애물은 기술 문제다. 한 두 차례의 교육만으로 복잡한 기계나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터. 특히 방송제작에 필수적인 오퍼레이팅(기계 조작)은 쉽지 않을뿐더러 맡아줄 사람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또또(창신동라디오덤): 방송을 즐겁게 하고 있지만 내가 라디오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있나생각해보면 아직은 자신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동대문그여자(창신동라디오덤): 평생 바늘구멍만 보고 살아왔던 미싱사가 컴퓨터를 배우려다보니 힘들었어요.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면 좋겠지만 그러면 그 분에게 부담이 가니 미안한 일들이 많았어요. 이러다가 방송이 펑크 나겠다는 생각에 지난번 8번째 방송은 혼자 오퍼레이팅을 해봤거든요. 그랬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곡 소개도 안하고 음악을 내보내질 않나(웃음). 결국 빠트린 부분을 급하게 전화로 다시 녹음해서 내보낸 적도 있었어요.

 

양승렬(동작FM): 동작FM8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처음부터 오퍼레이팅은 전부 제 몫이었어요. 그 일을 하려고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 두 개 프로그램에서 스스로 오퍼레이팅을 시작하셨는데 초반에는 실수도 많았어요. 한참 진행하다가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면 녹음 버튼을 안 누르고 방송을 하고 계신 적도 있었고(웃음).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조금씩 오퍼레이팅을 하게 됐어요. 아직 오퍼레이팅 안하는 나머지 분들도 자신들이 해야한다는 공감대는 있는 상태에요. 그래서 올 가을에는 기술 교육을 2번 정도 마련하려고 해요. 그러면 나머지 분들 중에 절반 정도는 하게 되지 않을까요.

 

같이가면(창신동라디오덤): 오퍼레이팅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자원활동가들은 다들 진행을 하고 싶어 하지 오퍼레이팅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만일 한 사람이 맡아하면 그 사람에게 생활비를 주셔야 해요. 시간도 많이 들고, 빛이 나는 일도 아니고요. 다른 일을 할 에너지를 그만큼 뺏기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나중에 동네 청소년들을 데려다 아르바이트비를 주고 키워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 친구들은 전문적인 일거리가 생겨서 좋고, 저희는 오퍼레이팅에 쏟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으니 좋은 해법이 될 것 같아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공간이 필요해요

 

개국 당시 방송국으로 쓸 공간이 없어 어려웠다는 이야기도 주를 이뤘다. 남는 공간을 빌리기 위해 지역 내 교회나 시민단체를 돌아다녔다는 일화도 들을 수 있었다. 방송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선 사람들이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활동가들은 입을 모았다.

 

또또(창신동라디오덤): 방송을 하면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방송을 만들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이곳저곳 찾아다녔는데 교회에서도 지역공동체에 대한 이해도가 없으면 너네 어디서 돈받냐’, ‘뭐 하는 곳이냐고 물어보면서 자기네 뜻과 맞지 않으면 안 빌려줄 수도 있고요. 무조건 너희가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하라는 것보다 이 공간에서 너희가 하고 싶은 걸 하라고 지원해 주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다른 문제들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까요.

 

양승렬(동작FM): 저는 이곳에 와서 보니 부러운 점이 많아요. 지역에 다목적 공간이 있어서 라디오가 아니어도 들락날락 거릴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에너지로 작용을 하는데 제가 사는 동작구엔 이런 공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작년 우리마을 미디어문화교실 2기 교육이 끝나고 겨울에 교회나 복지관, 지역단체, 엄청 돌아다녔죠. 지역단체에 괜찮은 카페가 있기에 가서 일 도와드리면서 이 공간, 뭐로 쓰세요?” 묻기도 하고(웃음) 하지만 원래 계획이 있던 곳이어서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고요. 결국 제가 쓰던 작업실을 1년간 방송국으로 쓰고 있어요.

 

김준용(성북마을방송):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계속 얘기를 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걸 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이 필요한 거죠. 저희도 방송을 시작하면서 조그마한 미디어공간을 얻었어요. 그런데 저희처럼 작은 곳에 기계나 스튜디오를 갖추는 것보다 성북에 아리랑 미디어센터가 있는데 그곳에 갖추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이번에 제안을 한 것이 통과되어서 2억여 원의 장비와 스튜디오가 아리랑 미디어센터에 갖춰지게 됐어요. 그런 것들이 우리 삼선동뿐만 아니라 성북 전체에 작은 학부모 모임을 만드는 네트워크의 중심이 될 거라고 봐요.

 

 

성북마을방송 김준용님

 

생활과 방송, 중심잡기 쉽지 않아요

 

활동가들은 대부분 생업과 방송을 겸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하는 틈틈이 짬을 내 방송을 해왔던 이들은 방송국의 운영진까지 맡게 되면서 교육과 운영이라는 두 배의 짐을 떠안게 됐다고. 생활과 방송 사이에서 균형 잡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았다.

 

김준용(성북마을방송): 저 같은 경우엔 지역에서 장사를 하다보니까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인데, 그렇다보니 도움이 필요한 활동가들에게 아주 시시콜콜한 전화까지 다 걸려 와요. 편집이 안 된다는 문제에서부터 차편 알아보는 문제까지. 이런 전화들을 전부 받다보니까 어떨 땐 과부하가 걸리는 거예요.

 

같이가면(창신동라디오덤): 저도 제 전화번호가 곳곳에 박혀있기 때문에 일하는 도중에도 전화가 와요. (오죽했으면) 사장님이 직장 동료한테 제가 뭘 하느냐고 물어봤대요. 그것도 여러 차례. 그래도 뻔뻔하게 받긴 해요.(웃음) 그런데 전화가 와서 여러 가지 제안이 들어왔을 때, 전부 하기에는 우리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을 거절해야 되나 고민될 때가 많아요.

 

양승렬(동작FM): 동작FM이란 이름으로 개국방송을 만들고 의기충천해서 지원이 없어도 자체적으로 교육을 진행했었어요. 처음에는 매주 1시간짜리 방송을 7개씩 만들었는데 그게 힘들 거란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2기 교육을 끝내고 수료생이 9명이 나왔는데 그분들도 새롭게 방송을 하셔야 되잖아요. 디테일한 고민 없이 마냥 달리다보니 제게 산적한 짐이 너무 많은 거예요. 두 달 만에 입장이 확 바뀌더라고요. 그래서 2기분들이 결합하면서는 1기로 방송을 하던 분들과 팀으로 섞여 들어가도록 설득을 했죠. 방송이 가능한 시간과 관심사, 희망하는 팀을 설문으로 받아서 전체회의를 했어요. 그래서 시즌 2를 하면서는 방송이 7개에서 8개로 한 개만 늘어났어요.

 

 

은평라디오 동작FM

 

같이가면(창신동라디오덤): ‘에서는 1기를 수료한 분들이 운영진으로 3기를 운영했어요. 그런데 3기 운영을 하면서 상당한 삐걱거림이 있었어요. 근본적인 이유는 이미 생업으로도 너무 바쁜데 방송은 방송대로 하면서, 교육까지 해야 되니까 절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였죠. 역할 분담은 했지만 서로 소통할 시간이 없는 거예요. 만날 시간이 없어서 카톡으로 얘기를 주고받다보니 뉘앙스에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각자 사정에 따라서 활동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소통하는데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재정문제 보다 어려운 게 소통문제죠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활동가들이 가장 공감한 것은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이었다. ‘결국은 기술, 공간, 그리고 인간이 문제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활동가 간의 소통 문제가 많이 부각됐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는 상황, 중심에서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과정 또한 방송국 운영진들에게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듯 했다.

 

또또(창신동라디오덤): 우리 네 명은 정말 개성이 너무 강해요. 각자 생각이 뚜렷하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융합해 가는가, 사업을 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 이 부분이에요.


같이가면(창신동라디오덤): 제 경우 리더로서의 고민도 있었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모두에게 의견을 묻고 고민을 공유하는 스타일이에요. 정보 공유는 원활한 소통과 민주적인 절차의 기본이잖아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다들 너무 바쁘다보니 너무 많은 것을 물어봤을 때 피곤도가 높아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의견을 묻는 내 입장에선 의견을 취합해야하니 독촉하게 되고, 일처리는 또 느려지고방송국 운영에 대한 부분을 어디까지 공유해야 할 지 고민되더라고요.

 

 

창신동덤 같이가면님

 

양승렬(동작FM): 마을방송이라고 하지만 다양한 욕구를 지닌 분들이 모이는 것 같아요 자기 이름을 걸고 방송을 하는 것에 집중하는 분이 계시고, 활동 하면서 여러 사람 만나는 것 자체가 보람된다는 분이 계시고, 취미활동 삼아 접근하는 분이 계시고 다양하더라고요. 이런 다양한 분들 중에서는 방송국 상황을 함께 고민해주시는 분도 계시지만 크게 배려 안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분들을 떨어뜨려놓고 갈 수는 없죠. 저는 그걸 배려하면서 계속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김준용(성북마을방송): 모이는 사람들의 욕구가 다르거든요. 라디오는 싫다 다른 걸 해보자는 사람도 있고, 라디오 만들고 있는데 와서 신문 만들면 잘할 수 있다고 하고. 이런 의견을 조절하기 위해선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어떨 땐 힘들기도 해요. 그렇다고 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하지 마세요, 할 수는 없으니까요.

 

양승렬(동작FM): 사실은 관계의 문제에서 오는 부담이 더 컸어요. 재정적인 불안정보다 10명의 참여자들과 저와의 갈등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분들은 자기 방송 하나를 만드는 것이지만 방송국을 운영하는 제 입장에선 7개 프로그램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잖아요. 시작할 때 강한 의지와는 별개로 현실적인 문제가 크더라고요. 저도 경제적 보상 없이 하고 있는 것이고, 시간도 잡아먹히고, 에너지도 소모되고, 방송국 규모가 커지면서 생기는 문제들, 사람들과의 관계의 문제 이 두 가지를 어떻게 해결하지? 싶었어요.

 

여왕(창신동라디오덤): 3기 교육을 하면서 보조강사를 처음 해봤는데 힘들더라고요. ‘을 운영하는 네 여자 중에서 제가 제일 바빠서 일을 많이 못했어요. 그게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입장이 비슷한 멤버들이 추진한다면 원활하게 방송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기쎈 여자들이니까 그나마 여기까지 이끌어온 것 같아요. 회의하다가 얘기가 산으로 갈 때도 있고 히스테리 증상도 생기고 그래도 어쨌든 통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잘 진행해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머지 세 여자들에게 정말 고마워요. 내 몫까지 더불어 해준 것에 대한 마음이 굉장히 크거든요.

 

국회의원들은 아는 척을 하는데 정작 마을 사람들은 몰라요

 

1기 때부터 꾸준히 활동해 온 마을미디어들은 몇 차례 주류 언론을 통해 소개되며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때로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외부에 이름을 알리는 것보다 마을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진정한 마을미디어가 되고 싶다는 것이 활동가들의 공통된 마음, 청취자들과 조금 더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는 모습들이었다.

 

또또(창신동라디오덤): 얼마 전 종로구청 행사에서 사회를 본 적이 있는데 국회의원들을 만나면 다들 , ?” 하면서 아는 척을 하세요. 그런데 그런 반응이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있어요.

 

여왕(창신동라디오덤): 외부엔 많이 알려졌는데 정작 우리와 소통을 할 수 있는 동네사람들은 모르고 있어요. 우리가 좀 더 발로 뛰어서 방송국을 알려야 하는데 우리 네 사람은 직업이 있으니까 그렇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같이가면(창신동라디오덤): 정부기관에 주목받은 것에 비해 마을 분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 아이러니해요. 사실 정말 중요한 분들은 마을에서 라디오를 들어주실 분들이거든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서 그분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다가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가을부터는 그 부분에 집중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대문그여자(창신동라디오덤): 처음에 라디오 방송국이 있다고 하면 관심도 많이 보여주고, 조회수도 300까지 올라가더니, 이상하게 지난달부터는 청취자들이 꿀먹은 벙어리에요.(웃음) 방송은 몇 개월간 노하우가 쌓여서 점점 능숙해지는데 청취자들은 반응이 없으니 괜히 위축이 되는 거 있죠. 저는 모든 생활을 방송 일에 매진하고 있는데 청취자들이 꿀먹은 벙어리니까 이건 맥 빠지는 일이죠. 이런 문제를 스스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문제였죠.

 

 

중랑라디오 이미교님

 

이미교(중랑라디오): 홍보를 어떻게 해야 되는가에 대해서 저희도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일단 방송을 만드는 사람을 늘리려고 해요. 만드는 사람이 100팀 있고 각각 10명씩만 듣게 해도 1000명이 듣잖아요? 아는 사람이 하면 들으니까 이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해요. 가끔씩 라디오 방송에 관심 있는 기업이나 단체들도 찾아오는데요, 그분들에게 저희가 방송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그 꼭지를 저희 방송에도 싣는 거죠. 단체에서 방송을 하면 그곳에 소속된 사람들은 다 듣잖아요.

 

어려울 때 조언 구할 선배가 없어 아쉬워요

 

창신동라디오덤’, ‘동작FM’ 등 올해 초 개국한 방송들은 어느새 세 번째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던 시기를 넘어, 어느새 마을미디어의 존재 이유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동대문그여자(창신동라디오덤): 방송을 처음 시작할 때는 봉제 미싱사 방송을 하면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내가 몇 십 년째 해오던 일이니까요. 취재를 다니다보면 동네 주민들의 가슴 서린 이야기들도 만나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도 보게 되고요. 그런데 오랫동안 일하며 어렵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내가 방송에서 하는 것이 혹시나 그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 이야기를 할 용기가 나지 않아요. 한편으론 그런 이야기를 짚어줘야 마을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요.

 

이미교(중랑라디오): 다른 방송을 들어보면 다들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동네마다 특성이 있던지 방송하는 사람 따라 개성이 달라야 하는데. 그래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방송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또또(창신동라디오덤): 지속적으로 이 방송을 하기 위한 당면과제는 무엇일까, 먼 미래를 생각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방송국을 만들어서 한두 번 하고 끝낼 바에는 만들 이유가 없죠. 방송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지만 생활, 삶이라는 게 있어서 발목을 잡아요. 계속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방송을 하려면 일요일이나 평일에 밤샘작업을 한 뒤 움직일 수밖에 없고, 힘들면 오래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100프로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벌써 에너지를 많이 써서 200프로에서 300프로정도 썼다고 생각해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언해줄 수 있는 선배들이 없는 게 아쉬워요.

 

김준용(성북마을방송): 활동가들이 예상치 못한 일들로 그만 두는 경우도 종종 생겨요. 작년에 교육을 받고 방송을 시작했을 때 진행하는 엄마와 원고 쓰는 엄마가 한 팀이 됐어요. 원고를 써주는 엄마는 라디오 작가로 일했던 사람이라서 원고를 참 잘 썼는데 바빠지면서 원고를 못 쓰게 됐어요. 그런데 원래 원고를 쓰던 엄마가 너무 잘했기 때문에 다른 엄마들이 대신 할 엄두를 못내는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진행하는 엄마는 녹음하러 왔다가 원고가 나오지 않아서 그냥 돌아가는 일이 반복됐어요. 두 달 뒤에는 저 안 할게요.’ 하더라고요.

 

이미교(중랑라디오): 3기 운영진으로 활동을 하면서 보니 방송국이라는 이름에 기대하고 오셨다가 실망하고 두 번째 교육부터 안 나오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마을미디어가 소규모이고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더라고요. 보통 교육하시는 분들은 장밋빛 미래를 펼쳐주시잖아요. 그런데 교육받는 사람들은 그런 얘기들이 머릿속에 잘 안 들어가는 것 같아요. ‘지금은 소박하지만 하다보면 원하는 것들을 펼칠 수 있다교육하시는 분들이 이런 생각을 심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또(창신동라디오덤): 네트워크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연락처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고는 생각 안 해요. 네트워크라는 건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알고, 도움이 필요할 때 움직여주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의 과정을 봤을 때 안타까운 건 전화번호나 이메일, 연락처는 다 알고 있지만 정작 모이는 건 교육 때뿐인 것 같아요. 연락 몇 번 하고 끝나는 관계가 네트워크라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찾아가는 웃떠말

 

그래도 즐기면서 계속 방송하고 싶어요

 

웃고 떠들며 고민을 나누다보니 어느새 활동가들은 방송을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돌아보고 있었다. “방송을 어떻게 키울까 보다 방송하면서 어떻게 즐거워질까를 고민하고 싶다는 얘기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는 생업으로 바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살아가는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이렇게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고 했다.

 

최영교(반짝반짝 사진방): 예전에는 마을라디오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이번에 구로FM’을 견학하면서 이런 움직임이 있구나 하고 알게 된 차원이죠. 그래서 왜 라디오일까 이런 생각도 들었고, 요즘엔 아프리카TV로 방송도 쉽게 하는데 왜 이렇게 어렵게 시작하려고 할까 그런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그것이 라디오여도 상관없고 신문이어도 상관없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시작이 힘든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안에서 어떻게 행복을 찾고 사람들을 만날까 하는 고민을 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활동을 어떻게 확장해가고 어떻게 목표를 성취할까 그런 고민 보다는 만들면서 어떻게 즐거워질까 그런 생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또또(창신동라디오덤): 맞아요. 즐거움을 느끼면서 하는 것이 기본 바탕인데 지금은 그게 가장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저희 1월에 개국했는데요. 처음 한두 달은 마치 연애를 시작한 것처럼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점점 이름이 알려지면서 신문에서도 인터뷰 하고, 방송에서도 출연해달라고 하면서 저희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즐거움은 점점 사라지고 의무감,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양승렬(동작FM): 마을라디오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이는 사람들이지만 그 층위는 다양하다는 걸 점점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책임감이나 의무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여기서 느끼는 재미는 각각 다른 것 같아요.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은 오늘 방송 재밌더라이 한 마디 듣는 재미, 제 경우엔 동작FM이 지역에서 입소문도 나고 점점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 그런 차이를 인정하게 되면서 힘든 과정을 넘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최영교(반짝반짝사진방): 중요한 건 이런 문제들이 드러나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그게 해결되고 한 단계 나아갈 수 있으니까. 구성원들의 태도가 바뀌면서 발전이 있고 그렇게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같이가면(창신동라디오덤): 쓰기도 하고 달기도 한 진통의 과정인 것 같아요. 그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 구성원들의 기본적인 신뢰가 필요한 거겠죠.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세 번째 웃떠말 프로젝트는 서로를 응원하는 뜨거운 박수로 마무리됐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이야기들과, 그 안에서 서로를 격려하던 눈빛들은 마을라디오들이 더 단단하게 자리 잡기 위한 성장통을 견뎌내고 있음을 방증하는 듯 보였다. 계절이 지날 때마다 더 깊이 뿌리내리는 나무처럼, 이제 갓 발을 내딛은 마을라디오들이 새 계절에는 더 탐스런 꽃을 피워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찾아가는 웃떠말이 끝나고 참가자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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