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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식지 2호] 창신동 여인네 이야기_교육참여자 인터뷰 "설레임 반, 두려움 반...계속 참여하고 싶어요"

by 공동체미디어 2013.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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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2호] 창신동 여인네 이야기_교육참여자 인터뷰

"설레임 반, 두려움 반...계속 참여하고 싶어요"

 

 

 

 

 

 

  편집자 주.

'사람들 이야기(Interview People)'에서는 매 월 정기적으로 우리마을 미디어문화교실 참여자 인터뷰도 함께 연재하고 있습니다. 지난호에 이어 세 번째로 <종로구지역아동센터협의회>의 참여자 두 분을 직접 만나 보았습니다. 이곳에서는 ‘라디오와 함께하는 “3시간의 자유”-창신동 여인네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창신동만의 소리를 통해 나의 이야기와 마을의 소통창구를 만들어가는 라디오교실이 진행중입니다. 내가 아파도 창신동 여인네 사람들과 또 보고 또 또 계속 보고 싶으시다는 ‘또또’님과 사람들에게 딱 맞는 별명을 잘 지어주신다는 작명의 ‘여왕님’을 만나 지난 시간동안 열 명의 창신동 여인네들과 함께 라디오로 울고 웃을 수 있었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글, 편집/ 최미라(우리마을 미디어문화교실)   

사진촬영, 녹취/ 박예슬(한국예술종합학교)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여왕님: 안녕하세요. 창신동 여인네 라디오 교실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필명(별명), 여왕입니다.

또또: 안녕하세요. 저는 또또입니다. 강아지 이름 같은데 강아지 이름 아닙니다.(웃음) 원래는 또 보고, 또 또 보고해서 또또인데 사람들은 강아지, 애완동물로 많이들 생각하세요. 계속 보자는 의미로 또또입니다. 반갑습니다.

 

 

▲ 인터뷰에 협조해주신 '창신동 여인네 이야기' 교육 참여자 또또님(왼쪽)과 여왕님(오른쪽).

 

 

Q. 가정도 있으신데 일요일에 참여하시는 게 부담스럽지 않으신가요?

여왕님: 아니요. 오히려 재밌어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하기도 한거지만 같이 동료라고 해야 하나, 같이 웃고 떠들면서 생각하고 의논하고 이렇게 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가요. 다들 헤어질 땐 아쉬워하면서 간다니까요.(웃음)

또또: 진짜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Q. 가족들 반응은 어떠세요?

여왕님: 제 가족들은 오히려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엄마가 일요일이라도 나가서 잔소리도 덜 하고, 엄마가 나갔다오면 기분도 좋아지고.(웃음) 또 엄마인 제 입장으로선 빈 시간이 미안하니까 맛있는 것도 사가고 하니 아이들은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또또: 저는 신랑이 조금 거부를 하기는 해요. 일요일 하루 쉬는 날 가족끼리 같이 보내자고 하는데, 아이들은 엄청 좋아해요.(웃음) 엄마가 무언가를 한다는 것, 그리고 일단 제가 만족을 하니까 아이들은 너무 좋아하고요. 남편이 조금 거부를 했다가 며칠 전에 녹음하고 왔다는 얘기를 듣고 약간 달라지기는 하더라고요. 방송 녹음했다는 얘기 듣고 ‘뭔가를 하긴 하는구나, 놀기만 하는 건 아니구나’ 하고 인정을 하는 것 같아요.

 

Q. 두 분은 계속 창신동에 사셨나요?

여왕님: 원래 전주가 고향이예요. 28살에 창신동에 와서 올해 54살이니까. 한 20여년을 산거죠. 굉장히 오래 살은 거예요. 그러니까 제2의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죠.

또또: 저는 여기에서 17년동안 살았어요.

 

Q. 두 분 다 오랫동안 창신동에서 지내셨군요. 그 동안 다른 곳으로 이사할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여왕님: 그게 막상 하려고 하면 겁이 나더라고요. 다른 동네로 가면 주변 사람들도 바뀌고 하는 이유들도 있고, 그런 면에서 내가 적응하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어요. 그래서 못 떠나고 있어요. 그리고 이 동네가 살아보니까 우리같이 서민적인 사람들이 살기에 좋은 곳이에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지만 또 고향이 다른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살기 때문에 서로 동질감 같은 걸 느끼잖아요. 그래서 여기가 서울 한복판에 있어도 시골의 정다운 도시 같아요. 시골의 마을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또또: 저희 골목은 아직까지 음식을 해서 서로 나누어 먹어요. 저희 골목에 몇 집은 계속 이사를 왔다 갔다 하는데 몇 집은 거의 10년 가까이 같이 살다 보니까 몇 년 전부터 서로 음식을 해서 나눠먹어요. 특히 비오는 날 기름 냄새가 나면 어느 집인지 수배를 해서 서로 나눠 먹기도 하고요. 맞벌이 집들은 그게 힘들긴 하지만요. 하지만 서울에서 이런 데가 어디 있어요.(웃음) 저녁엔 삼겹살도 구워서 같이 먹고 아저씨들끼리 친하고 아이들끼리도 친하고. 아파트의 삭막함 보다는 좋은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마을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많으실 것 같아요. 추억 어린 장소가 있나요? 좋은 기억이라든가?

여왕님: 남편을 이곳에서 만나고 아이들 셋을 이곳에서 낳았다는 것. 그게 추억거리죠.

또또: 저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으면 우리 가족이 이렇게 사이좋게 지내기는 좀 어려웠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곳에서는 가족끼리 주말에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요. 마로니에 극장, 공연, 청계천, 남산 이런 데를 많이 다니거든요. 낙산공원도 바로 근처니까. 왠만한건 거의 10분 거리 이내에 있고 큰 병원도 근처에 있고요. 매연이 많긴 하지만 그것만 빼면 좋은 곳인 것 같아요. 그것이 좋은 기억인 것 같습니다.

 

Q9. 창신동 여인네 라디오 교육엔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신건가요?

여왕님: 시장을 보러왔다가 주민센터에서 용건이 있어서 들렀어요. 그 옆에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봤더니 ‘아,여기에 참여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전화했죠. 그랬더니 대환영을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오게 됐어요.

또또: 우리가 진주를 하나 발견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여기 지역아동센터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데 학부모 모임에서 회의 자리에서 작가님이 광고를 했어요. 처음에는 용기가 조금 안났어요. 어떻게 진행될지를 모르니까.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여러 사람 모아 왔을 텐데요.(웃음)

여왕님: 여건이 된다면 방송통신대라도 다니면서 여기에 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교육을 받고 싶어요. 서로 의논하면서 글을 맞춰가고, 같이 생각도 해가면서 하는 그 자체도 굉장히 새로운 세상 같아서 너무 좋아요.

또또: 여기 오는 다른 언니들 보면 어렸을 때 마음속에 열정을 가진 문학소녀들이예요. 각각 글이 개성에 따라 다 달라요. 그 글마다 이 사람들이 이런 걸 하고 싶었다는 마음이 간절하게 느껴져요. 처음 두 주 동안은 별로 그런 게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동요되고 있더라고요. 저번에 여름휴가 때문에 한 주를 못나왔는데, 2주 만에 보는데 너무 반가웠어요. 그 날은 아픈데도 사람들이 보고 싶어서 나왔거든요. 아침까지 앓다가 나왔는데, 마음으로 전달되는 그런 게 되게 강한 것 같아요.

 

Q. 평소에 라디오를 자주 들으시나요?

여왕님: 저는 봉제 쪽에서 일해요. 그러다보니 일을 하는데 라디오를 하루 종일 끼고 있죠. 주로 음악을 많이 듣는데 가요든 팝송이든 장르를 안 가려요. 조금 신나는 쪽을 좋아해요.

또또: 저는 여기에 오기 전에는 상담사로 있으면서 출퇴근 할 때 들었는데 지금은 집에 있으니까 ‘싱글벙글 쇼’나 다른 걸 듣고 있는데 출퇴근 할 때는 정해놓고 듣는 건 아니고 집에서는 일주일에 두 세 번이든 한 두 번이든 ‘심심타파’를 들었어요. 그게 재밌어요. 예전에 김신영이 할 때가 제일 재밌었어요. 그 두 시간이 너무 빨리 갔어요.

 

Q. 라디오교실을 통해서 직접 내 이야기로 대본도 쓰고 녹음도 해보셨는데 느낌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여왕님: 그냥 듣기만 했을 때는 모든 것을 쉽게 생각했는데 직접 해보니까 ‘이런 어려운 점도 있고, 이런 힘든 점도 있구나’ 라는 것들을 알게 됐고. 정해진 짧은 시간 안에 그 한 컷을 하기 위해서 정말 몇 시간을 공들인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또 하다보니까 마치 내가 방송인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또또: 저는 녹음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작은 녹음기도 하나 구입했어요. 녹음해서 듣는 것도 너무 좋았고. 사연을 쓰는데 이 계기가 없었으면 마음에 꼭꼭 접어놓았을 사연을 쓰면서 2~3주 가슴앓이를 했어요. 노래에 대한 사연을 적어서 녹음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2~3주 계속 생각이 나는 거예요. 연락을 해보려고 추적을 해봤는데 연락은 안됐지만. 같은 노래인데 20대 때 들었던 노래가 40대에 들으니까 완전히 다른 거예요. 그리고 여기 다니면서 누구의 아내, 엄마가 아니게 됐어요.

 

Q. 잠시 후면 청취회가 시작 됩니다. 어떤 이야기를 사연으로 만들었는지 간략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여왕님: 이 동네 특성상 언덕길이 많아요. 우리는 젊으니까 힘들어도 표출을 안 하는데 노인 분들은 올라가시다가 굉장히 힘들어하시거든요. 중간에 엉덩이 걸칠 곳만 있으면 앉아서 쉬세요. 그러는 걸 보면서 언덕 중간 중간에 의자라든지 하는 것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 그런 쪽으로 사연을 썼어요.

또또: 저는 두 가지를 했는데, 하나는 창신동의 소리를 녹음했어요. 하루 날을 정해서 골목길을 다니면서 녹음했고, 다른 하나는 센터에 대해서. 여기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으니까 학부모의 마음을 전달했어요. 요새는 가정에서 느끼는 유대감이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여기(청소년 센터)에서는 같은 또래들 사이에서 느끼는 많은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기에 보내는 이유에 대해 썼죠.

 

Q. 이런 이야기를 생각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요?

여왕님: 기회가 됐으니까.(웃음) 한 번씩 생각 했던 것, 그동안에 항상 느꼈던 것을 토대로 글을 썼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그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이 잖아요.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글로 표현을 했으니까요. 그 것으로도 좋았던 것 같아요.

또또: 저는 센터에 대해서 얘기한 거는 솔직히 바람은 있었어요. 나도 학부모니까 얘기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다른 한 가지는 센터가 어려워요. 한 마디라도 말을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따뜻한 시선이라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Q. 이제 앞으로 몇 차시 안 남겨 두고 있는데 마무리를 준비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여왕님: 조금 있으면 발표회도 해야 되고, 마무리를 할 시기가 다가오는데 나는 계속 참여하고 싶어요. 조금 더 성숙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참여하고 싶어요.

또또: 저는 설레기도 하고 조금 두렵기도 하고. 우리 애들이 와서 들을 거 아니에요. 우리 애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라디오를 통해 나오는 엄마의 목소리를 어떻게 생각할까도 떨리고. 많이 긴장되고 두렵기도 하고. 그리고 헤어질 때가 돼서 그런데 저는 앞으로도 계속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여왕님: 계속 이쪽으로 활동하고 싶어요. 나이를 조금만 덜 먹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금 더 일찍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그런 아쉬움이 들어요.

또또: 아쉬움이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좋다는 뜻이겠죠.(웃음)

 

Q. 긴 시간 동안 함께 하시면서 해주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여왕님, 또또: 감사합니다.

 

 

 

 

 '사람들 이야기(Interview People)'에서는 매 월 우리마을 미디어문화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풀뿌리단체 및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우리 교육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알리고 공유하고 싶은 분들께서는 아래의 연락처로 문의해 주시면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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