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1호] 알음알음 마을돌이, 단체관계자 그룹 인터뷰 |
편집자 주. '사람들 이야기(Interview People)'에서는 정기적으로 교육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풀뿌리단체의 교육기획에서 실행까지 겪었던 과정과 참여자들의 실제 느낌을 담은 인터뷰를 싣고 있습니다. 두 번째 방문지는 양천구 목2동에 위치한 ‘마리아의 딸 수도회(이하-'수도회')'입니다. 수도회는 사업초기에 이메일상담과 직접방문 통해 적극적으로 교육참여 의지를 밝혔던 남다른 곳 중에 하나였습니다. 여기서 <알음알음 마을돌이>라는 교육을 맡아 진행하고 있는 미디액트의 김희영 선생님과 교육운영과 실무를 맡고 계신 이정아 선생님, 그리고 초기에 교육기획에 함께하신 강옥 로사수녀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아래는 수도회를 방문하여 들은 인터뷰 편집 내용입니다.
글/편집/사진: 최미라(우리마을 미디어문화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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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소개를 먼저 부탁드립니다.
김희영(이하-김) : 저는 미디액트에서 일하고 있고 ‘알음알음 마을돌이’ 교육의 주 강사를 맡고 있습니다. 김희영이라고 합니다.
이정아(이하-이) : 창작공간 손질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정아라고 합니다.
강옥 로사(이하-강) : 안녕하세요. 강옥 로사수녀입니다.
▲ 강옥로사 수녀님. 알음알음 마을돌이 초기 ▲ 알음알음 마을돌이 강사 김희영 선생님. ▲ 알음알음 마을돌이 교육운영자 이정아 선생님. 기획에 함께 하셨다. 미디액트 미디어교육실 팀장을 맡고 있다. 교육사업에서 실질적인 실무를 맡고 있다.
Q. 좀 전에 교육점검회의 하시는걸 보면 굉장히 친한 사이처럼 보여요. 초면이 아니신지요?
김 : 아니요. 초면 맞아요. 저는 사실 다 초면이에요. (웃음)
이 : 이번 사업으로 서로 처음 만나게 된거죠.
김 : 근데 저는 사실 사업설명회 때 수녀님은 만났었어요.
강 : 어? 정말요?
김 : 방명록에 뭘 쓰시더라구요. 그리고는 먼저 나가셨는데 그 때 스쳐지나갔어요. 어쨌든 저도 방명록을 쓸려고 해서 봤더니 ‘어? 우리 동네 사시는 분이네? 반갑다.’ 생각했죠. (웃음) 왠지 낯설지 않았어요. 수녀님 신부님 보면 괜히 마음이 설레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제가 사업설명회 끝나고 사업단 사람들한테 물어봤어요. 혹시 목동에서 오신 분이 없으시냐고. 그랬더니 계시더라구요. 수녀님이.
Q. 그런데 김희영 선생님은 원래는 교육 컨설팅만 할 계획이셨다고 들었는데요?
김 : 네. 처음엔 강사로 들어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죠. 원래는 컨설팅하는 과정에서 섭외를 시켜드리려고 했었던거였어요. 그런데 두 번인가 세 번 째 만났을 때 수녀님이 저한테 그러시는거예요. 마침 같은 동네에 살고 계시고 또 미디어교육 쪽에 계셔서 누구보다 이 쪽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실테니 아예 컨설팅 말고 직접 강사로 들어오면 안되나요? 라고. (웃음)
Q. 좀 더 그 과정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김 : 사실 저는 왠만하면 직접 수업에 잘 안 들어가요. 이런 수업들을 만들어서 진행시키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기획자의 일이죠. 그래서 활동가들의 교육이나 특강 형태로 많이 했어도 이렇게 직접 들어가서 하지는 않았어요. 그 만큼 에너지를 쏟아야 하기도 하지만 제 역할은 이런 수업들을 만들어서 진행시키는 기획자의 역할 쪽이 더 크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사는 동네의 일이기도 하고 하니까 궁금하잖아요? 또 예전부터 지역을 가지고 활동해보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기도 했었구요. 그래서 들어가보고는 싶은데 어떡하면 좋을지 그 사이에서 갈등을 했어요. 수녀님이랑 얘기하면서.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에 수도회와 연계단체로 있는 기린청소년센터 쪽에서 전화가 왔어요. 그쪽에 얼마전에 같이 영화교육을 했던 활동가 선생님들이 계시는데 만약 제가 어려우면 그 쪽 선생님들이 대신 해줄 수 있으시다니까 부담갖지 말라는 얘기였어요. 그 전화를 끊고 나서 바로. (웃음) 그렇게 수업은 오늘 보셨다시피 제가 하고 있습니다.
Q. 김희영 선생님께서 직접 본 참여자들의 모습은 어땠나요?
김 : 훨씬 적극적이죠. 참여하는 친구들이 마을에 대해 그 정도까지 생각할 줄은 몰랐어요. 같이 하다 보니까 마을에 대한 진지한 얘기를 하기도 하고 ‘저 가게가 20년 됬다 30년 됬다 뭐가 좋더라’ 이런 얘기를 서로 나누면서 너무 신기해하고 즐거워 하는것 같아요. 다만 그렇게 소스들이 모이는 것인데 이것들을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지는 아직 저도 사실 잘 모르겠고 참여자들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참여자들의 활동에 대해서 동네 주민분들은 불편해하거나 그러시진 않으셨나요?
이 : 마을지도 그릴 때, 시작점으로 탐방을 갔었어요. 그 분들은 장사를 하시니까 물건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그분들이 의외로 수줍음을 타시는거예요. 근데 그걸 은근히 즐기시는 것 같아요. 누군가 잘 틀만 잡아주면 괜찮은 마을이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얘기를 하면 선뜻 오케이는 안하지만 호기심은 보이시고 이런 것도 괜찮은데? 이러는 반응은 나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런 것을 기다리지 않았을까. 서로 바쁘기 때문에 연결고리가 없어서 그런거지 연결고리만 생기면 이분들도 재밌게 참여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Q. 기획초기에 장문의 이메일로 미디어문화교실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혀주셔서 반가웠고 놀랐습니다. 그렇게까지 하셨던 이유를 말해주실 수 있나요?
이 : 수녀님이 보내셨어요? 수녀님이 답해주세요 그럼.(웃음)
강 : 어떤 연유로 오게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어느 날 갑자기 제 메일로 미디어문화교실 안내문이 왔더라구요. ‘이게 뭘까?’ 생각했었죠. 그러다 ‘이거,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시작하게 됐어요. 저희는 지역 내에 아동센터도 있고, 청소년 센터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협동조합을 만들자. 그래서 가장 돌봄이 필요한 청소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 그런데 하다보니까 한계에 부딪히게 되더라구요. 후원이라던가 홍보라던가 그런 문제들. 그 때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아, 지역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알고 있지 않구나.’ 그래서 ‘보다 지역 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을에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메일을 보내게 된거죠. 장문의 문의메일을. (웃음) 근데 사업설명회가 생각보다 너무 거창해서 포기할 뻔했어요. 중간에.
▲ 알음알음 마을돌이 교육이 진행되는 교실. 출입문에는 우리마을 미디어문화교실에서 배포한 공통 포스터와 교육 홍보물이 붙어있다.
Q.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강 : 이런 취지를 가지고 참여해도 되겠습니까? 라는 장문의 메일을 보냈었어요. 오라는 답변을 받았죠. 미디어교실 측에서. 가서 들어봤더니 제가 생각했던 내용이랑은 좀 다른거예요. 저는 이 사업이 지역 내에서 아동센터와 청소년과 지역주민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어떤 정신을 갖고 지역사람들과 일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을 갖고 갔던 거였거든요. 그런데 사업계획서나 나오는 질문들이 거의 전문적인 얘기들이 나오더라구요. 기술과 장비지원 얘기 이런 쪽으로. 놀랐죠. 그래서 그냥 ‘아 잘 갔다왔다’ 그냥 그렇게 ‘좋은 거 한 번 들었다’하고 넘기려고 했어요. 그런데 미디어교실 측에서 전화가 왔었나. 해 보실 생각 없으시냐고. 저희는 이런 쪽으로는 거의 몰라서 안됄 것 같다고 그랬죠. 그랬더니 컨설팅을 붙여 드리겠다는거예요. 세상에. (웃음) 그렇게 오시게 된게 지금 강사로 함께 하고 계신 김희영 선생님이시고.
Q. 그렇다면 나무와숲의 교육기획 과정은 어땠는지요?
김 : 마을 단위에서 어떤 걸 하면 좋겠는지 그런 논의를 수녀님이 하셨고 제가 컨설팅하러 와서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사례 중심으로 많이 해드렸어요. 그런데 다음 미팅 자리에 오시면 이렇게 말씀 드렸던 내용들을 가지고 더 많이 얘기를 만들어 오시더라구요. 저도 무척 놀랐어요. 보통 컨설팅을 가면 특히나 아무 경험이 없는 단위들은 어떤 것들이 필요합니다 라고 말씀드리면 그것들 중에 한 두가지 정도가 엉성하게 만들어져서 돌아와요. 이게 보통이거든요. 근데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라고 말씀드리면 그 선 이상의 것들을 다 만들어 오시는거예요. (웃음) 화들짝 놀라서 저도 더 찾아보게 되고 그렇게 된 것 같아요. 1차적인 커리큘럼 내용은 그 과정에서 대부분 나왔고. 그런 식으로 서로 패스 토스 패스 토스 주고 받는 식의 이런 느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이 : 주고받기가 잘 됐던 것 같아요.(웃음)
▲ 교실 뒷 벽에는 마을지도를 그린 활동지가 붙어있다.
Q. 서로 다른 역할에서의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김희영 선생님은 강사이기에 하셨던 고민이 있고. 이정아 선생님은 운영하시면서 하셨던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김 : 있죠. 저는 여기에 이사온 지 4개월밖에 안됐어요. 희안하죠. 이사 오자마자 이렇게 연결된다는게.(웃음) 그래서 제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굉장히 제한적이었어요. 그래서 수녀님과 이정아 선생님께 참여자 모집을 부탁드렸죠. 저는 시작하기 전까지 계속 고민이었어요. 여러 세대를 같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해보는 건 처음이거든요. 주로 특정 계층이나 연령대나 하다못해 연령대가 조금 섞여있어도 이 사람들을 묶을 수 있는 구심점이나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과 했었거든요. ‘이 넓은 연령의 폭 속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가야되지?’ 이런 게 하나 있었어요. 지금도 고민이죠. 그건.
이 : 저도 있었어요. 참여자모집이 고민이었는데 일정이 촉박하다 보니까 충분히 홍보할 만큼의 시간적 여력이 없었거든요. 그게 많이 답답하고 불안하기도 했죠.
Q. 그럼 참여자 모집을 어떻게 하셨나요?
이 : 알음알음? (웃음) 어쨌든 마을 안에서 하는 일이고 기린 청소년센터 아이들과 주변 학부모님들과 함께 해서 문제도 의외로 잘 풀어져 나가기도 했고, 그렇게 만났기 때문에 좀 더 친해지기 더 쉽지 않았나 싶어요. 아무것도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끼리 만났다고 하면 수업 진행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같이 공감하는 부분이 없었다면 공감하기도 힘들었을 것 같고. 어쨌든 지금은 공감도 하고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잘됐다는 생각이 한 편으로는 들어요. '너무 모르는 사람들이랑 하는 것보다는 아는 사람들끼리 알음알음 시야를 넓혀 가는 것도 괜찮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교육이름을 '알음알음 마을돌이'라고 지으셨는데 그 뜻이 무엇인가요?
강 : 선생님들과 함께 몇 차례 모여서 미디어교실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하면 좋을까 라고 얘기하다가 딱 나온 얘기가 기분이 좋아지는 이웃탐방이었어요. 내가 만나고 생각만 해도 정말 날 행복하게 해주고 따뜻하게 해주는 이웃이 있을거라는거예요. 그런 사람을 만나고 탐방하는 얘기를 해보자. 여기에 맞는 주제어가 뭘까? 고민하다가 인터넷을 열심히 찾다가 알음알음이 생각났어요. 사전에 찾아보니까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우리가 계획한건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정말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우리가 사실 많은 사람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사람한테 마을에서 연결되고 연결된다는 뜻이 알음알음에 있더라구요. 조금씩 알아가고 이라는 의미에서 알음알음. 또 우리가 탐방하려고 하는 곳이 마을을 주제로 하고 있잖아요. 사전에도 두들겨보니까 마을돌이라는 의미가 있더라구요. 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다닌다는 것이 마을돌이라는 거예요. 이거다. 이걸로 생각해보자. 그래서 알음알음 마을돌이라고 지었어요. 말 그대로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따뜻한 사람들을 그런 의미.
Q. 다른 문화강좌도 많이 하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미디어와 관련된 교육도 있었나요?
강 : 비슷한 시기에 미디어 상을 주는 자리가 있었어요.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 운동본부에서 주최하는 2011 푸른 미디어상 시상식을 축하하는 자리였는데 거기서 공연을 했었어요. 아이들이 미디어를 매개체로 무언가 하는 활동은 아니었고 참석하면 상을 주는 자리었는데 그것이 미디어에 대한 아주 작은 연결성이라고 생각해요. 미디어를 수업중에 도구로서 활용했던 적은 많았어도 미디어를 매개체로 아이들이 들고 찍고 다니면서 소개하고 알리는 영상물을 스스로 만드는 것은 정식으로 처음이지 않을까 싶네요.
Q. 이번에 그것을 위한 마을탐방을 시작했죠? 실제로 해보니까 어떠셨나요?
이 : 불안했어요. 워낙 일정이 촉박하게 시작해서 준비가 잘 안 된 상태에서 시작하게 됐거든요. 어쨌든 시작은 해야되고 1기는 8월 안쪽으로 끝내야 하니까. 그런데 걱정과는 달리 잘 풀려 나간 것도 있고, 마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요. 내가 자란 곳이 이렇게 오래 됐고 이렇게 유명한 곳도 있었고 아이들도 알게 되지만 저도 알게 됬거든요. 그런 점에서 한번은 더 마을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김 : 평가서를 보면 아이들이 마을을 다시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해요. 근데 그렇길 바라긴 했지만 아이들이 그런 얘기를 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마을을 탐방하면서 사진을 찍고 인터뷰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진지하게 같이 이야기하려고 하더라구요. 또 자기가 알고 있는 것도 이야기하고. 새롭고 좋았어요.
Q. 나무와숲에선 앞으로 주민들과 미디어로 함께할 후속계획이 있다면 어떤 계획이 있나요?
강 : 사실 이번에 기획을 잡으면서 하고 싶었던 건 마을신문이었어요. 근데 이번엔 마을신문까지 할 만한 자체적인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어렵겠고 마을신문이 정말 필요하다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기회가 되면 마을신문을 해보고 싶다’ 라고 실제로 했었고 하고 싶어 해요. 근데 지금까지 쭉 교육을 진행해 오면서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나 반응을 보면 미디어가 가진 힘이 결집력이 있어요. 관심과 호응도도 맞을 뿐만 아니라 하고 나서도 상영회라던가. 정말 여러 가지로 좋은 매개체로 되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다른 기획들을 하면서 마을라디오방송국 얘기도 처음엔 꿈도 못꿨는데 조금씩 진행하면서 정말 지역방송국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마을 목2,3,4동을 묶어서 소통할 수 있는 형태라면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어요.
'사람들 이야기(Interview People)'에서는 매 월 우리마을 미디어문화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풀뿌리단체 및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우리 교육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알리고 공유하고 싶은 분들께서는 아래의 연락처로 문의해 주시면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 우리마을 미디어문화교실 사업단: scmedu2012@gmail.com/ 070-4352-6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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