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26호 인터뷰 2016.12.30]


    우리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 '밥꽃영화마을' 인터뷰


    이한솔 (<남산골 해방촌> 기자)


    [필자 주] 영상을 찍는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기획, 대본 작성, 촬영, 녹음, 편집 등.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만 영상 한 편이 탄생한다. 그래서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기도 어렵다. 해야 할 작업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계속해서 활동을 해나가는 지구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후암동 큰길가에 자리한 ‘문화카페 길’에서, 올 한해 ‘밥꽃영화마을’이 피었다. 오며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인문학 강좌를 듣던 분들이 영상을 만들어 상영회까지 열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 나의 이야기를 동료와 함께 기록하고 나누는 일. 이번 인터뷰에서 진짜 마을미디어를 또 하나 만나보자.



    마중 :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린다.

    남경순 선생님(이하 경순) : 밥꽃영화마을 강사 남경순이다.

    윤택상 선생님(이하 택상) : 꾸준히 교육을 받고 있는 수강생이다. (웃음)

    김순자 선생님(이하 순자) : 이곳 ‘문화카페 길’의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마중 : 밥꽃영화마을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나?

    경순 : 다큐멘터리 만드는 분들의 모임인 푸른영상에서 했던 교육이 밥꽃영화마을의 모체다. 주민 공동체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미디어 교육을 했는데, 그 중 의미 있게 느끼셨던 분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준비를 더 해서 사업 신청을 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택상 : 2014년에 시작해서 한해 쉬고 올해 다시 시작한 거다. 이번에는 마을미디어 지원사업도 했다. (얼마 전 2016 서울마을미디어 시상식에서 받은 상패를 들고 오셨다)

    경순 : 사실 처음에 사업을 시작할 때엔 우리 모임이 과연 마을미디어인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 오시는 분들이 바로 후암동에 살고 계시는 주민이니까.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공동체를 확대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있었다.




    마중 : 올해 교육은 아직 진행 중인지?

    택상 : 7월 첫째 주 부터 8월 말까지 했다. 모임은 지금까지 나오고 있다.

    경순 : 여름에 완성한 영화로 상영회를 열기도 했다. 이후 자체적으로 모임을 가져갈 수 있도록 목표를 심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특강 신청을 하고 ‘후암동 늦가을’을 주제로 작업 중이다. 12월 17일에 인문주간 전시가 있는데, 그 때 늦가을 후암동을 찍은 영상과 사진을 상영할 예정이다. 

    택상 : 지금 모임은 내년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다. 공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기도 하고.


    마중 : 영화를 만들려면 자주 만나야할 것 같은데, 모임 주기는 어느 정도인지?

    택상 : 1주일에 한번 했는데 작업할 시간이 없다고 해서 2번으로 늘렸다.

    경순 : 초반에는 관계를 맺고 자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후에는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는데 한 주에 1회 수업을 하면 총 2달이 소요된다. 이렇게 길어지면 자칫 동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 주 2회로 늘린 거다.


    마중 : 영상은 주로 무엇을 이용해서 찍으시는지?

    경순 : 이번엔 스마트폰, 결국에는 일상을 찍는 거라 스마트폰이나 휴대폰으로 찍었다. 그것도 없는 분들은 1기 교육 때 산 작은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오시라 했다.

    마중 : 이참에 스마트폰 사용을 익힌 분이 계신 것 같다.

    경순 : 스마트폰으로 바꾸신 분들도 있다. 사진을 찍어보면 화질 차이가 보이니까.




    마중 : 앞서 2014년에 교육이 처음 있었다고 하셨는데, 참여자 분들이 계속 하실지?

    택상 : 이번에 1기 한 분이 계셨는데, 2기 분들이 3기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경순 : 그사이 주거지를 옮기신 분들도 있지만 다시 오신 분들도 있다. 교육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했다는 만족감은 다 있는 거 같다. 일이나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참여가 불규칙하긴 하다. 그래도 특강 교육을 하면서 함께 재밌게 마을이야기로 놀아보자 하는 생각이 있었다. 영상을 한 편 만들고, 반드시 방송이 아니더라도 외부 상영회, SNS 등에서 상영하면 되지 않겠나. 보도하는 것처럼 쪽방 사람들 이야기를 다루기보다는, 우리가 동네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극영화를 만들어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순자 : 여기서 커피모임을 했었는데 처음에는 주로 오시는 분들 위주로 하다가, 요즘은 확장해서 일반 주민도 섞이게 하고 있다. 고민이 있었는데 지금은 긍정적이다. 한두 분이라도 공동체 밖 사람이 들어오면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구나 싶다. 화합에서 밝은 에너지를 많이 느낀다. 억지스럽더라도 만남의 기회를 늘렸으면 좋겠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마중 : 교육장소인 문화카페 길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경순 : 이곳은 성공회 재단에서 지원하여 서울시 다시서기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공간이다.

    택상 : 카페에 올라오다 보면 노숙인 권리장전이 있다. 여기는 본래 노숙인과 주거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동네 분들과 연계를 위해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순자 : 문화카페 길은 문화를 매개로 취약계층과 지역사회가 만나는 공간이다. 그래서 지역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영화를 보거나 독서모임, 음악회 등을 해보고 있다. 홍보가 잘 되지 않는 건 한계다.






    “노숙인은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갖는다.”


    2012년 10월, 「서울시 노숙인 권리장전」이 공표되었다. 노숙인도 우리와 함께 사회를 살아가는 동등한 시민임을 선언하고, 총 16개 권리를 담은 권리장전이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  주거지원을 받을 권리, 통신의 자유, 사생활 보호권 등 노숙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들이 열거되어있다. 밥꽃영화마을의 교육프로그램 역시 모두가 마땅히 누려야할 기본권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중 : 올해 몇 편의 영상이 나왔는지?

    경순 : 교육받으신 분들이 모두 개인 작업으로 만드셨던 건 아니지만 9편, 그중 1편은 메이킹 필름을 만드셨다.

    택상 : 저도 만들었다. 유튜브에 올라왔다더라. 밥꽃영화마을이라고 치면 나온다.

    경순 : 직접 올리신 분들도 있다. 전원조 선생님 영화는 따로 검색하면 나온다.


    마중 : 윤 선생님은 어떤 작품을 찍으셨는지?

    택상 : 생활하시는 분들 이야기 찍었다. 5분 내외.

    마중 : 5분짜리도 만들기가 꽤 어려운데.

    택상 : 잘 못 만들더라고. (웃음) 어제 다시 보니까 영상에 불만이 많다. 편집을  좀 더 할 걸 그랬다는 후회도 된다. 

    경순 : 이제 참여하시는 선생님들이 편집 호흡이라든지 원하시는 것들이 생기시는 거 같다. 


    마중 : 교육 과정 열리면 알려 주시라. 참여하고 싶다. 

    경순 : 나중에 같이 해주시면 너무 좋겠다. 근처 주민 한 분이 함께 참여했는데 용산 화상경마장 대책위 분이었다. 잘 만드셔서 상영회도 출품하셨다.

    순자 : 활동에 처음엔 반신반의 하시다가 나중엔 좋아하신다. 우리 선생님들은 나중에 용산 화상 경마장 반대 시위 현장에도 나가서 찍어주셨다.

    경순 :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재밌게 잘 어울렸던 것 같다.

    택상 : 일반 주민들과 호흡 하는 게 더 좋은 거 같다. 취약계층, 그 사람들도 다 인격이 있다. 받는 것만은 아니라고. 교육 있으면 누군가 빵을 사다놓고 한다.

    경순 : 선생님들이 교육 있을 때마다 간식도 사오시고, 나눠먹고 그런 게 좋다. 

    택상 : 소속감은 오히려 일반 주민보다 더 강하다. 물론 재미가 없으면 발길을 딱 끊기도 하지만, 그걸 뭐라고 하긴 어렵지 않겠나. 그래도 꽤 많이 졸업했다. 거의 다 끝까지 갔다.





    ▲ <서울역에 비(悲)지고> (윤택상 님)




    마중 : 강사 선생님은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경순 : 첫 장편 다큐멘터리 무대가 이곳이었다. 제목은 ‘내가 누구인지 알려 주세요’. 제 삶의 한 시기를 같이 보낸 장소다. 있다 보니 선생님들께 표현 수단이 필요하단걸 느꼈고, 할 이야기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게 미디어의 기능이기도 하고.

    수자 : 각자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필요한 것 같다. 여기 오시는 분들 대상으로 성 프란치스코 대학이라는 인문학 강좌를 1년 과정으로 진행한다. 배운 걸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있으실 텐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관심 있는 분들은 영상 등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

    마중 : 경순 선생님은 수업 진행하시는 건 재밌으신지?

    경순 : 수업에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본인들 이야기를 하시는 거니까 재밌다. 정말 사람 사는 이야기 같고, 그걸 나눌 수 있다는 게 좋다. 


    마중 : 어려운 점은 별로 말씀하지 않으신다.

    경순 : 풀어야할 과제는 있다. 모임을 계속하려면 내부 동기가 필요한데, 미디어로 만난 사람들이라 미디어로 풀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생계와 관련된 일은 아니니까, 이걸 꼭 할 필요는 없는 거다. 대신 재미를 찾아야 되는데 만난 사람들이 좋고, 동네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으면 된다. 그 내용을 가지고 각자의 상황과 속도에 맞게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처음부터 너무 그럴듯한 콘텐츠를 예상하면 금세 자신감이 없어지는 거다. 짧은 단편영화를 분기별로 상영할 수도 있다. 두 세분만 오실 수도 있다. 하지만 경험 자체에 의미가 있고, 우리만의 형식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택상 : 그렇다. 앞으로 3기도 해야 하고. 이번에는 생활과 관련 없는 것, 관계가 있으면서도 크게 없는 걸로 작품 구상 중이다. (웃음) 

    경순 : 윤 선생님 리더쉽이 좋으시다. 공동작업으로 해보는 거도 좋을 것 같다. 

    택상 : 몇 개월을 계속 찍어서 길게 작업을 해보려는 계획이 있다. 좀 더 긴 작품을 만들고 싶다. 하나의 주제로 완성된 영화처럼.





    마중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택상 : 동네 주민들, 활동가 선생님들 많이 오셔서 대화를 나누면 좋겠다. 

    경순 : 작은 모임에서 공동체가 되고, 지속적인 모임으로 가는 게 힘든 일이다.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느리고 천천히 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느린 만큼 단단해질 테니 당장 결과물이 없더라도 조금씩 쌓이면, 언젠가는 큰 동력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더 재밌게 작업했다. 그런 마음으로 기획해서 만났고. 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도 그런 모임의 가치나 소중함을 잘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내년도 더 해볼 수 있는 거리를 저는 이미 발견했다.


    마중 : 아, 혹시 다른 작품 중 뭐가 볼만한지?

    택상 : 나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그 작품 재밌더라고. 

    경순 : 짧은데 꾸밈이 없으셔서. □





    ▲ <왜 이렇게 생겼을까> (안병욱 님)




    * 함께 보면 좋은 자료들


    - 서울시 노숙인 권리장전 http://welfare.seoul.go.kr/archives/3939

    -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 http://www.homelesskr.org/ 

    - 문화카페 길         https://www.facebook.com/gonggangil 



    [필자소개] 이한솔(한도리)


    타고난 호기심 덕분에 죽기 전에 백가지 일 정도는 해봐야지 하며 다사다난한 인생을 경험하고 있다. 후암동 주민 경력 20여 년, 옆동네 해방촌 동네잡지 <남산골 해방촌>을 함께 만들어 왔으며 최근에는 지역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연습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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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마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