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26호 알아두면 좋아요 2016.12.30]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

    마을미디어 특강 ‘삶을 옹호하는 글쓰기’,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 후기


    채우석 (강북구공동체라디오)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나는 글을 쓸 때,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스스로 쓰고 있는 글의 조악함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일까. 시간적인 효율을 추구하기 위하여 엉망인 결과물을 내놓으려니, 차마 새로운 문장이 쓰여지지가 않는다. 안좋은 글을 판단할 수 있는 눈에 비해, 글쓰는 능력 자체는 그다지 좋지가 않으니 벌어지는 현상일 것이다. 덕분에 나는 여지껏 상당수의 논술 시험에서 글을 채 완성하지도 못한 채 제출할 수 밖에 없었다. 처참했던 성적표가 꼭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변명을 덧붙여 본다.


    사실 안 좋은 글을 판단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한 문장이 지나치게 길다,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는다, 문장 간 연결이 부자연스럽다, 주제가 불명확하고 중언부언한다, 잘못된 주장을 담고 있다, 논리구조가 엉망이다 등등 그 증거들은 매우 명확하고 다양하다. 그러나, 대체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떻게 써내야 하는 것인가? 내가 쓰고 있는 글들이 안좋은 글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비교적 알아채기 쉬운 것에 비하여, 당장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좋은 문장들을 만들고 알맞게 구성하는 작업은, 단지 주의해야할 점들을 피하기만 하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항상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던 나는, 좋은 글을 완성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11월 마을미디어 특강으로 기획된 두 강의 <삶을 옹호하는 글쓰기>,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 를 수강하게 되었다. 두 글쓰기 강의 는 강사도 각각 다르고, 주제 또한 개별적인 별개의 강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글에 대한 두 강사님들의 핵심적인 이야기는 일맥상통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 이우성 강사 (시인, 아레나 옴므+ 피처에디터)



    ▲ 은유 강사 (<글쓰기의 최전선> 저자)


    삶을 옹호하는 글쓰기


    마을미디어는 마을의 이야기를 담는 매체이며, 동시에 마을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일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것을 완성된 한편의 글로써 재구성하는 작업들이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그러나 타인의 이야기를 나의 글을 통해 엮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인터뷰는 아주 짧은 연애와도 같다고 한다. 잠시나마 한 사람의 세계 속에 깊숙이 빠져서 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인터뷰어인 나 자신에게도 어떠한 변화들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충분히 긍정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호의와 신뢰를 갖고 몰입하여야 한다. 일시적으로나마 상대방을 인생의 스승으로 여기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그의 이야기를 나의 글로 온전히 담아낼 수 있다.


    관습적인 해석에 대하여 의문을 갖고, 글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다는 것을 자각시켜주는 글이야말로 좋은 글이다. 정답을 제시하는 글보다는 물음을 던지는 글이 울림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새로운 관점을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와 좋은 삶에 대한 배움을 얻을 수 있으며, 이는 곧 좋은 인터뷰와 좋은 글쓰기의 재료가 된다.


    잘 던진 질문 하나가 인터뷰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할 정도로 좋은 질문의 중요성은 큰데, 역시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를 바탕으로 그의 이야기를 끌어내야 한다. 나의 의견이나 감정은 배제하고, 온전히 인터뷰이의 세계가 펼쳐지도록 도와야 한다. 인내하고 경청하는 자세는 인터뷰어의 필수 요건이다. 


    인터뷰이의 말투와 사소한 행동, 옷차림, 인터뷰이가 쓰는 공간 등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면, 그를 통해 인생관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관찰을 통해 상대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을 그대로 글에 표현함으로써 그의 세계를 더욱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도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 (첫문단 쓰기를 중심으로)


    첫 문장은 하늘이 준다는 말이 있다. 독자가 글을 읽어나가도록 마음을 잡아끄는, 글의 첫인상으로서 그 중요성이 크다는 뜻일 것이다. 실제로 수많은 글을 읽고 평가해야만 할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첫 문장 혹은 첫 문단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작가들이 첫문장을 매우 공들여 써낼 것 역시 자명하다. 


    좋은 첫 문장을 고를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 있다. 다수의 책에서 첫 문장만을 골라보고, 그 문장들을 비교분석하여 마음에 좀 더 와닿는 것을 추려내어 보자. 이것을 다시 되짚어 나가며, 새롭게 추려나가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원하는 문장들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으며, 글쓴이로서의 의식에 작지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문장은 짧고 간결할수록 좋다. 특히 첫 문장은 더욱 그렇다. 짧은 문장은 입장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입장을 밝히기 위함이다. 내가 가진 입장을 다른 사람들의 것과 끊임없이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글을 쓸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나의 입장을 정리해보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작업이다. 글을 쓰다가 진전이 없을 때는, 나의 입장이 무엇인가, 지금 무엇을 이야기 하려고 하였는가에 대해 자문해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고싶은 말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대해서 나의 첫문장이 이야기의 어느 지점에서 시작하고, 또 끝날 것인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거두절미하고 전하려는 메시지의 본론부터 글을 시작해나갈 수도 있으며, 뒤가 빤히 예상되는 결론을 생략하고 글을 마칠 수도 있다. 고민을 통해 나만의 시작점과 마침점을 찾아내면, 그것이 곧 나의 독특한 스타일이 될 것이다. 또, 단락과 문장의 위치를 재배열하고, 단락간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는 작업을 통해, 내 입장을 더 효과적으로 찾고 전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모두가 관용적으로 쓰는 흔한 표현을 자제하고, 나만의 표현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가령 어떠한 대상이 최고라는 표현을 하고 싶다면, 최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그 대상이 최고라는 묘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관용적인 수식어로 점철된 문장은 고민 없이 쉽게 쓰인 글이며, 좋은 글이 되지 못한다. 나만의 표현에 대한 고민을 통해, 나만의 문체가 자리잡을 것이다.



    내 이야기가 드러나도록 글쓰기

     

    ‘삶을 옹호하는 글쓰기’와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 두 강의는, 상술했듯이 포커스가 다른 지점에 맞추어진 강의였다. 그러나 두 강의는 좋은 글쓰기에 관한 강의라는 점에서 일치하는 지점이 있었다. 바로, 글에 글쓴이 자기 자신이 드러나지 않으면 좋은 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나의 마음을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한 편의 글에 구체적인 하나의 캐릭터가 드러나야 한다. 독자들은 “글쓴이가 나를 믿고 자신을 드러내는구나”를 느낀 후에야, “나도 글쓴이를 믿을 수 있겠구나”를 생각하는 것이다. 글에서 한 사람이 보일 때, 글을 읽는 다른 존재가 응답한다.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의 배경, 욕망, 고민, 가치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자기고백의 글을 써보자. ‘이런 나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꺼내 놓아도 되는 구나’ 를 스스로 느끼고 나면 더욱더 좋은 글을 쓰게 된다. 나를 감추고 숨기는 가면을 내려놓으려는 노력을 통해, 솔직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유연한 태도가 길러진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다른, 내가 느낀 그대로를 나만의 표현으로 나타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내 글의 입장과 주장은 분명해지게 된다. 




    내 안의 별을 찾아서


    나의 입장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글, 다시 말해서 내가 잘 드러나는 글이 좋은 글이라 하였다. 그러나 나를 솔직하고 가감없이 드러낸 다는 것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우리들은 나 자신에 대한 탐구조차 충분히 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 마저도 글쓰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으니, 적절히 단련되지 않은 우리에게 글쓰기가 힘든 일로 다가오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삶을 옹호하는 글쓰기’의 은유 강사는, 마지막으로 “글은 쓰지 않으면 늘지 않는다”는 말을 강조했다. 자기 경험과 감정에 근거하여 글을 쓰면 그로부터 얻어지는 기쁨이 반드시 있을 터이니, 그 기쁨을 찾아서 글을 쓰라고 한다. 나는 그말에 선뜻 동의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겪게 될 수많은 고민의 나날들이 두려워졌다. 좋은 글을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견뎌내야 할 것인가.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의 이우성 강사는 “내 안의 별을 찾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마음 속에 별을 갖고 있는 위대한 존재이지만, 아직 그 별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로 찾아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글을 쓰다보면 내 안에 있는 그 별을 언젠가는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이렇듯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지나는 인고의 시간은, 곧 나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일 것이다. 내가 쓴 글에 대한 고민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디고 힘들더라도, 그 시간을 지나는 동안 나는 좀 더 나은 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찾아 헤맨 나에 대해 스스로 충분히 알게 되었을 때에는, 정말로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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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마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