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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11월_인터뷰] 성수동의 매력적인 오지라퍼 '매거진 오'

by 공동체미디어 2016. 11. 18.

[마중 25호 인터뷰 2016.11.25]


성수동의 매력적인 오지라퍼, <매거진 오>

 

이한솔 (<남산골 해방촌> 기자)


[필자 주] 지하철 2호선, 서울숲, 뚝섬, 수제화, 낡은 공장, 소셜벤처, 컨테이너 속 ‘핫한’ 가게들 …

 어디가 떠오르시나요? 이번에 만나본 단체는 바로 성수동에서 활동 중인 마을잡지 <매거진 오(Magazine Oh!)>입니다. 2013년 늦가을 시작하여 지난 9월에는 성수동의 ‘착한기업’을 주제로 6호를 냈는데요. 성수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깊은 고민으로 잡지 외에도 동네 작가들과 전시를 열고, 지역의 자원을 발굴해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늦가을 바람이 유난히 거세던 어느 날 마치 비밀의 정원과도 같았던, 서울숲 옆 카페에서 매거진오의 김희정 편집장을 만났습니다.

 

 

마중 :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희정 편집장(이하 희정) : 로컬 매거진 매거진오의 발행인 겸 편집장 김희정입니다. 매거진오는 2013년도 10월 첫 호를 시작으로 6호까지 발행된, 성수동에서 나오는 잡지이고요.

 

마중 : 이번 6호는 착한 기업이 주제인데 이전 호에서는 주로 어떤 내용을 다루셨어요?

희정 : 첫 호는 동네 주민들과 새로 유입된 주민들을 반반 만나본 릴레이 토크였어요. 2호는 도시의 숲인 서울숲을 다뤘고요. 3호는 성수동 작가들을 만났던 아티스트 인 성수’, 4호는 메이드 인 성수.’ 5호에서는 자전거를 다뤘습니다.

 

마중 : 매거진오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희정 : 디자인 사무실을 운영 하고 있는데요. 사무실이 신사동에 있었는데 높은 임대료에 쫓겨 2011년 성수동으로 이사를 왔어요. 서울 안에 있는데도 서울답지 않은 느낌이 살아있어 좋았고, 특히 숲 옆에 작은 동네 공장지대가 살아있는 게 가능성이 커보였습니다.

저는 20년 가까이 디자인 일을 했는데, 기획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해왔어요. 사실 디자이너들은 누군가의 도구처럼 쓰일 때가 많아요. 누군가의 목적을 위해 멋진 걸 만들어놓으면, 정작 작품으로부터는 멀어진다는 느낌이 있죠. 그러다보니 디자이너로서 어떤 사회의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해졌어요. 이런 생각들이 성수동 이사와 맞물려 매거진오를 시작하게 됐죠.

 

마중 : 성수동의 매력이 무엇이었는지 좀 더 듣고 싶어요.

희정 : 성수동 사람들은 문화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어요. 공장지대 사이 주거지역이라 문화는 강 건너 압구정이나 멀리 홍대에나 있다고들 생각하셨죠. 하지만 제 눈에는 성수동의 자연스러운 모습 자체가 매력적이었어요. 이태리에 가서는 저 빨랫줄을 보며 너무 낭만적이야하면서, 정작 우리 동네의 빨래는 왜 무시하나 생각했죠. 사실 문화는 대단한 게 아니고, 우리 동네에 바로 서울의 유일한 문화가 있다는 점을 주민 분들 스스로 깨달았으면 했어요. 그 내면에 더 많은 게 있을 거란 상상도 했고요. 이걸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색다르게 꺼내본다면, 성수동 분들이 주변의 것들을 좀 더 소중히 생각하고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마중 : 잡지 말고도 지역 활동을 하고 계시죠?

희정 : 2013년에 연달아 두 호를 내고, 2014년에는 매거진오가 성수동 작가들을 만나보기로 했어요. 인터뷰를 하다 보니 너무 괜찮은 작가들이 많더라고요. 독자들이 작품을 글과 사진만으로 접하는 게 아쉬웠죠. 성수동 사람들이 멀리 홍대까지 안 가더라도 동네 친구, 이웃 작가들이 뭘 하고 있는지 알았으면 했어요. 일상 속 예술, 그게 어쩌다 마주친 전시(줄여서 어마전!’)’의 시작이죠.

 

마중 : 매거진오는 언제, 몇 부 정도 나오나요? 정기구독도 받고 있죠?

희정 : 거의 무크지 형식으로 대략 1년에 2번 정도. 발행일 없는 잡지가 어디 있느냐 하면서도 (웃음) 잊을만하면 나오는 잡지에요. 한 호당 2천부에서 4천부까지 내봤고요. 보관용으로 200부 정도 남겨놓고 성수동 일대, 한양대나 건국대 등 주위 학교, 서촌 쪽 독립서점에서도 배포하고 있어요. 하루정도 명예기자 분들과 같이 배포합니다. 정기구독자는 70명 정도예요. 정기구독이 새로 생기는 게 곧 피드백이라 생각하고요.

 

마중 : 혹시 지난 호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희정 : 저희 블로그에 공유되면 좋을 콘텐츠들은 올리고 있어요. 5호부터는 여력이 없어 아직 못 올렸지만요.

 


- 매거진오 배포처 : 성수동(갤러리아포레, 서울숲 안내센터, 골목길 다방, 카페 푸르너스, 러스티드아이언인 덤보, 카페 하나비, 자그마치, 레필로소피, 이음), 한양대, 건국대, 홍대앞(땡스북스, 유어마인드), 서촌(더북소사이어티), 북촌(후즈테이블), 시민청

- 매거진오 블로그 : http://blog.naver.com/magazine_oh

- 정기구독 : 블로그 정기구독 코너에 정보를 기재 후 구독료(1만원) 입금




 

마중 : 동네 분들이 주로 잡지에 참여하시나요?

희정 : 매 호마다 명예기자가 있고, 편집이나 디자인 일은 친구들의 십시일반 도움과 함께 주로 제가 하고 있어요. 사진기자는 따로 있고요. 지역 이야기를 담는 잡지이지만 사실 참여자가 전부 동네 분들은 아니에요. 저는 성수동이 생활권인데, 그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반반 정도고요. 늘 아쉽죠. 일정 이상 수준을 유지하려면 지역 분들의 참여도 중요한데, 전문 디자이너의 역할도 필요하니까요.

 

마중 : 명예기자 모집은 어떻게 하나요?

희정 : 간혹 잡지에 반응을 보여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이분들을 명예기자로 픽업합니다. 아무래도 호 별 주제가 매번 다르다보니, 구성에 따라 참여하시려는 분들의 관심도도 달라지죠. 그래서 명예기자 리스트를 작성해놓고 주제에 걸맞은 이력을 가진 분들에게 참여를 부탁드려요.

 

마중 : 그럼 잡지 기획을 위한 정기 모임은 없나요?

희정 : 저도 하고는 싶은데 아무래도 다양한 사람이 모이다보니 어려워요. 각자 일이 너무 바빠서 시간을 고정적으로 내는 게 쉽지 않죠. 그래서인지 저도 재밌을 거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일이 되어버린 느낌이기도 해요.

 

마중 : 저희 <남산골 해방촌>은 잡지를 만드는 게 물론 주목적이지만, 그냥 동네 친구를 만나려는 분들도 있어서 모임 자체가 중요하거든요. 근황 얘기도 꽤 길게 나누고요.

희정 : 제가 바라는 건 그쪽이에요. (웃음) 아무래도 제가 책 내는 일을 전문으로 하다 보니 시작점이 달라진 것 같아요. 요즘은 좀 더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요. 생태계가 달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해방촌은 여러 모임들이 자생하고 있다면, 성수는 드문드문 떨어져 있고 각자 생업이 있는 분들이라 참 쉽지 않죠.

 

마중 : 성수동은 도시재생을 비롯해서 마을공동체 사업도 있고, 소셜벤처들도 많은데 여기서 터 잡고 일하는 친구들과 교류는 없으세요?

희정 : 처음엔 기대 했는데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늘 바쁘죠. 이쪽에 있는 소셜벤처들이 갓 시작한 스타트업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기업들이라 한창 바쁠 때거든요. 비즈니스 상으로는 서로 연결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외 일을 같이 하기는 어려워요. 지역잡지가 일종의 채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관계를 맺으려고 했었는데, 특별한 프로젝트를 같이 하지는 않아서 인사 정도하는 사이에요.

 

마중 : 일반 주민들과도 많이 만나셨나요?

희정 : 처음 잡지를 만들기 시작한 시점에는 같이 하는 친구들이 땡볕에 자전거 타면서 동네 사람들 인터뷰를 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자주 가는 카페라든지 하는 것들을 여쭤봤죠. 버려지는 잡지는 되지 않길 바라서 했어요. 공들여 만드는 만큼 같이 공유하고 소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주민 분들이 어디에 관심이 있을까 궁금했던 거죠. 그래서 한 60명 정도 인터뷰를 했어요. 지역 식당 아줌마, 사장님, 소상공인 분들과 관계가 생겼죠. 그런데 일이년 후 소셜벤처들이 들어오고 변화가 생기면서 관계들이 이전보다 느슨해 진거 같아요.

 

마중 :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것 같아요.

희정 : 잡지를 시작할 때, 성수동을 다루는 우리 잡지의 질이 높으면 읽는 분들도 동네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첫 호를 보시고 여기가 진짜 성수동 맞아요?” 이런 이야기를 주민들 스스로 하시는 거예요. 뿌듯해 하시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걸 부동산 사장님이 가장 이용했다는 게 양날의 검이에요. 매거진오를 사업의 홍보의 수단으로 쓰신 거예요. 강남에서 누가 오시면 잡지를 보여주면서 매매를 하고, 또 다른 이해관계를 만들고. 제가 원치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내더라고요. 심지어 저를 보고 도망가실 땐 정말 충격이었어요.

지역 미디어나 소규모 단체 친구들이 어떻게 연대하면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지 실질적 모임이 있어야 한다는 느낌은 들어요. ‘지역에 자리 잡으려는 사람들이 뭔가를 시도하면 따라오는 악순환, 우리에게 막아낼 힘은 없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변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지역에 좋은 영향을 줘야지 하는데 역부족인거 같아요.



불과 한두 해 전까지도 낯설기만 했던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단어가 금세 사람들의 대화 속에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만큼 현실의 변화가 크기 때문이겠죠. 성동구는 지난해 서울시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조례를 공포하였고, 건물주들과 상생협약도 체결하였습니다. 하지만 조례와 협약에 법적 구속력은 없어서 경과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요.


 

마중 : 편집장님에게는 매거진오가 어떤 의미인가요?

희정 :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웃음) 누군가를 인터뷰하며 관계를 맺고, 그 기사를 통해 누군가 스스로 자긍심을 느낀다든지 하면 저도 큰 에너지를 받죠. 하지만 잡지가 영향력을 갖게 되는 순간, 외부에서 경계의 시선도 생겨 많이 놀랐어요. 잡지든 전시든 개인의 영리를 위해서 한 게 아니라면 결국 지역의 브랜드가 될 테니 더 사람들이 즐기면 되겠지 했는데 그건 제 낭만적 생각이었죠.

 

마중 : 더 들어가면 안 될 거 같은 느낌이. 매거진오는 앞으로도 계속 되죠?

희정 : 잡지는 계속 하고 싶어요. 항상 그래요 이게 마지막이야 하지만 여기까지 왔어요. 한해에 두 권 꼴로 냈네요. 매번 만들 때마다 에너지를 너무 쏟았어요. 뭐든 가능성이 보이면 전시든 지역 자전거 학과와의 연계 프로젝트든 시작하고요.

 

마중 : 가끔 난 왜 이렇게 궁금한 게 많지?’ 생각하지 않으세요? (웃음)

희정 : 많이들 제게 왜 그러고 계세요?’ 해요. 누군가 놓친 걸 제가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물론 오만일 수 있지만요. 예를 들면 성수공고에 자전거 학과가 있는데 제가 보기엔 21세기 가장 필요한 과였어요. 그런데 누구도 그걸 그렇게 생각해주지 않으니 매거진오가 끄집어 내주자거 생각한 거죠. 오지랖이죠.

그래서 아이들을 만나 잡지를 냈어요. 그제야 구청이나 지역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사실 아직도 공고(공업고등학교)’에 대한 편견이 있잖아요. 내 아이가 이 학교를 다니는 게 자랑스럽지 않았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누군가는 만들어 줘야죠. 학교에 가서 잠만 자던 아이들의 맘속에 또 다른 꿈을 가지게 해줄 수 있는 거예요. 특히 행정기관에 있는 사람들이 이점을 잘 아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중 :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인데요. 다음 호는 어떤 주제를 다룰 예정이세요?

희정 : 가죽공장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2011년부터 3년 정도에 걸쳐 서울시에서 성수동 수제화 벨트를 만들었는데요. 지원이 끊기고는 허와 실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고 싶어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성수동 아카이빙을 한 책이 있는데, 수제화 장인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담겨있어요. 과연 인터뷰 대상자들이 얼마나 남았고, 당시 상황과 현재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요. 저에게 손석희 씨와 같은 능력이 있다면 캐보고 싶어요.

 

마중 : 마지막으로 못다한 얘기 한 말씀 해주세요.

희정 : 혹시 사라지더라도 성수동에 매거진오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주시길.

마중 : 누군가 같이 할 사람이 또 나타나면 계속 하실 거죠?

희정 : 그렇겠죠? (웃음) □



[필자소개] 이한솔 (한도리) (<남산골 해방촌> 기자)

타고난 호기심 덕분에 죽기 전에 백가지 일 정도는 해봐야지 하며 다사다난한 인생을 경험하고 있다. 후암동 주민 경력 20여 년, 옆동네 해방촌 동네잡지 <남산골 해방촌>을 함께 만들어 왔으며 최근에는 지역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연습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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