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20호 인터뷰 2016.05.31]
청소년, 미디어와 함께 마을에 서다
- 마들창조학교/노원지역청소년인권동아리 화야 주신원 활동가 인터뷰
이유리(<마중>객원필자)
마을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미디어 활동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떤 고민을 안고 무슨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유난히 무더웠던 5월의 어느 날, 마들창조학교의 주신원 활동가를 만나
그가 들려주는 청소년과 마을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청소년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
주신원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홈스쿨러 인문학을 접하고 새로운 세계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그 후로 인권과 기본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청소년 인권에 주목하며 2011년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위한 주민발의에 참여했다. 서울시민 8만 명의 서명을 받아 제정된 조례였다.
마들창조학교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작년 말. 그 때도 청소년 노동인권 인지 조사를 부탁하러 다니던 중이었다. 마들창조학교에서 청소년을 주체적으로 대하는 태도가 주신원 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곳에서 뭔가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주신원 씨는 마들창조학교 활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노원지역 청소년 인권동아리 화야’에서 청소년 인권 신문 ‘종이비행기’를 만들기도 했다. ‘화야’는 청소년들의 인권 현황과 개선의 목소리를 담은 신문을 3년째 발간 중이다. 일 년에 1~2회씩 현재 4호까지 발행됐다.
마들창조학교, 그리고 미디어교육
‘마들창조학교’는 어떤 공간이냐는 질문에 그는 “방과 후 학교일 수도, 공부방일 수도 있다. 그 사이 어디쯤인 것 같다.”고 답했다. 마들창조학교는 학교를 마치고 배움에 대한 욕구를 위해 스스로 찾아오는 청소년이 대부분이다. ‘자립’을 목표로 보컬, 공예, 리폼, 영화모임, 메이크업, 인문학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인문학 수업은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목인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함이다.
마들창조학교는 올해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사업에 낸 “2016 두근두근 스튜디오 [이것이 우리의 일상-]”제안이 선정되어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청소년들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아 마을과 소통해보자는 취지다. 어른들이 편견을 갖고 볼 수도 있는 모습들까지 포함하여, 청소년도 하나의 마을 주민으로 주체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청소년의 솔직한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사진 전시를 통해 지역사회에 메시지를 전하고, 청소년들이 주민으로서 주체의식을 발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자립을 통한 성장, 청소년들의 마을미디어
주신원 씨는 수차례 ‘청소년 자립’과 ‘주체성’을 강조했다. 청소년 인권 회복을 위하여 그들이 직접 움직이고 필요한 활동을 해나가는 모습이 의미 있어 보인다. 물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참여자들 각각의 고민의 지점이나 깊이는 다를 테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외부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위축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함께 회의를 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주신원 씨는 말한다.
‘이것이 우리의 일상-’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자들의 반응을 묻자, 자신 있게 “뜨겁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생각보다 다양하고 파격적인 아이디어들도 나왔다. 청소년이 콘돔에 물을 넣고 풍선처럼 만들어서 가지고 노는 사진을 찍어 보자거나, 교복을 입은 연인이 한 방에 같이 누워있는 모습을 담아보자는 제안도 있었다. 이밖에도 거침없고 재기발랄한 의견들이 많았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들이 본인들이 차별받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청소년들에겐 금기시되는 것도 많고, 그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얕잡아 보일 때도 많다. 활동을 하면서 고민되는 지점 중 하나이다. 주신원 씨는 “청소년의 자치활동을 그저 취미활동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보니, 방과 후 활동을 할 시간적, 공간적 환경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활동을 꾸려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개인적인 고민도 없지 않다. 가장 힘들 때가 언제냐고 물으니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아무도 내 고생을 몰라줄 때”라고 한다. 사실 그보다 더 큰 고민은 ‘관계’에 대한 문제다. 주신원 씨는 선생님이 아닌 동등한 입장으로 청소년과 함께 하고 싶은데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고민이라고 한다. 호칭에 대해서도 그저 ‘주신원 씨’, 혹은 ‘신원’으로 불리면 좋겠다고. 본인의 나이도 굳이 나서서 밝히지 않는 편인데, 사람들이 나이 때문에 편견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대로 가장 행복할 때는 청소년 당사자들이 열심히 활동에 참여할 때다. 얼마 전에 청소년 인권교육을 진행했는데 많은 이들이 참석해서 토론을 진행했단다. 무수하게 쏟아지는 이야기를 들으며 교육과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이 변화하고, 자신의 인권에 대해 직접 고민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주신원 씨는 “학습의 강요나 경쟁의 논리가 아닌 인간의 논리로서 청소년들이 존중받고 작은 활동이라도 시작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활동이 곧 마을미디어이며, 마을미디어를 통해 청소년들이 공동체 안에서 하나의 구성원으로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마을라디오 용산FM에는 ‘엄마와 딸의 동상이몽’이라는 방송이 있다. 두 쌍의 모녀가 출연해 청소년의 핸드폰 사용, 청소년의 연애 등 조금은 엄마와 딸 사이에 의견이 다를 수 있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방송이다. 분명 엄마와 딸 관계지만, 방송 안에서는 패널 대 패널의 관계인만큼, 평소보다 한층 동등한 관계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고 한다.
이처럼 마을미디어는 평소에 목소리를 잘 내지 못했던, 혹은 내지 않았던 사람들이 보다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그저 함께 어울리기 위한 멍석이 될 때도 있고, 때로는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마을에서 청소년들이 활동을 한다는 것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그들이 ‘마을’에 발 디디고 살아가는 ‘주민’이며,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는 뜻도 포함된다. 부당한 일에 대해서는 개선을 요구하고, 함께 놀 거리가 있으면 즐겁게 어울릴 수 있다. 그들이 주체성을 보장받고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마을이 늘어나야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 갈 것이다. 동네 곳곳에서 청소년들이 스스로 만든 마을미디어를 만나볼 날을 고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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