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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미디어 리뷰

[12월_리뷰] <부산마을미디어 가이드북>리뷰 - 시작이 반이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

by 공동체미디어 2015. 12. 16.

시작이 반이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 

- <부산마을미디어 가이드북> 리뷰


초식공룡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서울에 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있다면, 부산에는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부산민언련)의 마을미디어연구소가 있다. 운용하는 예산이나 인력규모 등은 서울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마을미디어가 알차게 커갈 수 있도록 지역 여건에 맞게 성실히 노력하고 있다. 

 지난 9월 15일, 부산의 마을미디어 34곳을 소개하고, 마을미디어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 줄 ‘부산 마을미디어 가이드북’(이하 가이드북) 발표회가 열렸다. 발표회가 열리기도 전에 눈길이 갔던 것은 책 출간과 발표회 소식을 알리는 필자들의 페이스북 글에 달린 환영과 찬양(!) 일색의 무수한 댓글이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에서부터 젊은 대학생까지 사는 지역도, 하는 일도 다른 이렇게 다종다양한 사람들을 함께 열광케 하는 힘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책 발간 과정을 전하는 부산민언련 윤영태 대표님> 제공 : 부산민언련


 책발표회 현장에서도 유명 작가의 팬싸인회에 온 듯 흥분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필자들에게 직접 만든 선물을 가져오신 분도 계셨고, 책에 싸인을 받아가시는 분도 있었다. 함께 미디어교육을 하는 교사에서부터 교육 현장에서 수강생으로 만난 분들, 현재 마을에서 미디어를 운영하는 활동가와 기관의 담당자들까지 함께 모여 책의 출간과 서로의 근황을 확인하며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복성경, 정수진, 박정희, 김유진. 네 명의 필자가 발로 뛰어 담아낸 부산 마을미디어의 현 주소. 가이드북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필자 4인방 - 김유진, 박정희, 복성경, 정수진(왼쪽부터)> 제공 : 부산민언련


 가이드북에는 부산의 마을미디어 34곳이 소개되어 있다. 아니, 이런 곳은 어떻게 알고 담아 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발로 뛰었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게, 책에 담아낸 곳들은 대부분 부산민언련이 직간접적으로 교육과 제작지원으로 연을 맺었던 곳들이다. 또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가 진행한 마을미디어교육, 부산시 마을역량강화사업에서 미디어 관련 사업으로 지원을 받은 곳들 중에 마을미디어 활동으로 이어진 곳들도 담았다.

 34곳 중에는 현재 여러 가지 사정으로 활동이 중단된 곳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현재 활동이 계속되고 있는 곳은 34곳 중 23곳. 지원사업을 받아 2번 정도 발행하고 중단된 곳의 이야기도 있다. 중단된 시기가 2012년이라 당시 활동가를 수소문하기도 쉽지 않았을 법한 곳도 있는데, 아주 사소한 마을미디어 활동이라도 담아내려고 애쓴 흔적이다. 마을미디어라는게 흥하기도 하고, 없어지는 곳도 있기 마련인데 그런 각각의 사연과 과정도 초심자에게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의미일 것이다.

 한편, 마을의 이야기와 미디어 활동을 조금 더 풍성하게 담아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이것보다 더 재미있고 도움되는 이야기가 많았을 법한데 왜 이렇게 간략하게 소개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없지는 않았고, 그래서 필자들에게 직접 사정을 물었다. 34곳을 모두 필자들이 나눠서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모았기 때문에, 모아진 자료는 책에 실린 내용보다 훨씬 많은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자료를 다 모아놓고 보니 마을미디어별로 취재된 내용이나 양이 천차만별이라 그걸 그대로 싣게 되면 그 자체가 마을미디어에 대한 가치와 평가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부담이 있었다는 것이다. 부산 마을미디어의 첫 기록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가치 평가는 다음의 과제로 남기자는 논의 과정을 거쳐 최대한 균형감 있게 양과 내용을 맞추려는 노력이 있었다 한다. 그럼에도 그냥 묻어 두기엔 소중한 마을미디어와 활동가 이야기는 ‘마을미디어 탐방’, ‘인터뷰_기자열전’이라는 코너로 풀어내었다.  

 가이드북에 소개된 마을미디어를 매체별로 분류하자면 신문이 19곳, 잡지가 2곳, 웹진이 3곳, 팟캐스트가 7곳, 라디오가 3곳이다. 지역도 부산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것부터 각 구별로 다양하다. 이걸 부산지도 위에 한 눈에 들어오게 도식화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서도 필자들의 고민은 계속되었는데, 그렇게 단순도식화하는 것이 그 지역에 대한 어떤 편견을 갖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움이 있었단다. 책에 소개된 34곳이 부산의 마을미디어를 모두 파악한 것도 아닐테고, 부산 전역에 도식화해 놓을 만큼 마을미디어가 촘촘히 활성화되어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해당구에 마을미디어가 많다고 그 지역은 마을미디어가 활발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고민이 많았다는 것. 

 그래서 책에는 가이드북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필요한 정보만 정리해서 담고 있다. 마을미디어의 취재 및 배포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제작주체는 누구인지, 얼마만에 한 번씩 발행하는지, 언제 시작했고 계속 활동하고 있는지 여부까지, 중단되었다면 중단된 사유도 알려준다. 제작물 길이나 한 호 발행부수는 어느 정도이며, 기자단은 어떻게 구성했고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까지 자세히 담았다. 어떠한 일정으로 진행되어 발행까지 이어지는지, 예산조달방법은 어떠하며 기금의 지원을 받았다면 어떠한 기금인지도 밝히고 있다. 해당 미디어가 밝히기를 꺼린 경우가 아니라면 한 호 발행비용도 담고 있어 마을미디어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대강의 얼개를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미디어 톺아보기’를 통해 해당 미디어의 지면을 소개하고 목차나 방송목록을 정리해 놓아, 다른 지역의 마을미디어는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비교해 볼 수도 있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아이디어 뱅크로의 의미도 있다. 마을미디어에 대한 궁금증을 Q&A 형식으로 풀어낸 마을미디어 고민 해결사, 마을미디어를 꾸려 가는데 늘상 걸림돌처럼 작용하는 돈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각종 다양한 지원기금 소개랄지 직접적인 길잡이 역할을 하는 내용도 빠트리지 않았다. 

 가이드북이 이렇게 풍성할 수 있는 이유는 부산민언련의 마을미디어연구소의 발자취를 돌아보면 짐작할 수 있다. 부산민언련은 마을미디어라 명명하기 전부터 마을과 공동체 대상의 미디어교육과 제작지원을 지속해 왔으며, 2013년의 사업계획으로 마을미디어 연구 및 활성화를 위한 사업 추진을 밝힌 이래 마을미디어연구소를 꾸려 관련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참고로, 부산민언련 마을미디어연구소는 11월 중 부산마을미디어축제도 계획하고 있단다. 책에서 소개한 마을미디어 중 6곳의 사례와 마을미디어 활동에 도움되는 특강도 준비하고 있다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꼭 기억해두시길 바란다.

  부산민언련의 이 작지만 소중한 가이드북에는 마을미디어에 대한 필자들의 깊은 애정이 잘 담겨져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그 어려운 시작을 해낸 그들의 손을 이제 우리가 잡을 차례이다. 부산의 마을 미디어, 이제 다시 시작이다! 



<책발표회 현장에서 만난 부산의 마을미디어 자산들!> 제공 : 부산민언련



 [필자소개] 초식공룡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도 미디어센터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채 미디어센터에 들어와 좌충우돌 미디어교육을 고민한지 벌써 십년째이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늘상 교육은 쉽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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