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마중④ 제 3자가 마을에 들어오기


    지선 (은평시민신문)

     


    편집자 주 : <마중>에서는 2015년 한 해 동안 각 마을미디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활동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청년마중' 시리즈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청년들이 미디어로 마을을 만나며 겪는 좌충우돌 시행착오, 희로애락, 깊어가는 고민들을 풀어낼 '청년마중'을 기대해주세요!


     

     평생을 재밌고 후회 없게 할 일, 살 일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다보니 현재 은평구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글로 전하고 있는, 아직은 별명보다 이름이 좋은 청년.


     태어나서부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은평구에서 살고 있다. 은평구라는 곳,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라는 공간에서 활발히 활동하지 않았지만 동네에서 소소한 벼룩시장이나 장터가 열리는 게 좋았다. 다른 지역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은평구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거론되면 마음이 불편했고, 음식점이라곤 밥집, 술집뿐이던 동네에 예쁜 카페들이 많이 들어서는 게 좋았다. 나는 내가 사는 지역이 좋았고, 모두가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동네로 발전되기를 바랐다. 그저 그뿐이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오다

     그러던 내가 우연한 계기로 이른바 ‘마을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청년활동가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리고 현재 은평시민신문에서 취재기자로서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미디어에서 영상은 익숙했지만 글, 게다가 신문은 처음이라 낯설기도 했고 두려움이 컸다. 신문이 가지는 공공성과 아젠다 세팅의 역할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특히나 마을 일은 처음이었기에 더욱 압박감이 심했다.

     

     다른 마을미디어 청년활동가들과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나누고 싶었지만 지역 내에 신문사는 거의 없었고 라디오가 주를 이뤘기 때문에 혼자 해결해야했다. 아마 내가 처음 들어와서 느낀 무거움이 마을미디어에서 신문의 비중이 적은 이유와도 맞닿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을미디어 청년활동가들이 라디오 콘텐츠 개발에 대한 이야기나 팟캐스트에 올라온 라디오방송을 홍보할 때 나는 아무런 말도 건넬 수 없었다. 그 당시 내 고민은 마을 안에서 기사소재 찾기, 나만의 사회에 대한 기준세우기와 같은 초짜기자의 고민이었으니 말이다. 또한 마을활동에 대한 고민을 나누라하면 이미 오래전부터 마을활동을 해온 청년들과 마을활동을 갓 시작한 내가 겪고 느끼는 고민의 색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았다.  

     





     마을과 익숙해지다


     처음 마을 안으로 들어왔을 때 나는 스스로 이방인의 느낌이 더 컸다. 그동안 나는 마을에서 살고 있지만 수동적인 자세로 마을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다. 청년활동가라는 이름으로 갑작스럽게 마을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이미 그들만의 공동체가 형성돼 있는 곳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어색했다. 그렇다고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이 나에게 텃새를 부린다거나 불친절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이미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 마을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난 마을에서 열리는 행사나 대회들이 좋았지만 이것이 필수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왕 열린다면 정말 마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을 안에서 활동하면서 내가 취재한 마을행사들은 이미 활동하는 사람들만의 축제가 대부분이었다. 마을행사라는데 매번 오는 사람만 오는 것이다. 동네 친구들에게 마을 행사 정보를 알려줘도 그들은 관심도 없었다. 당장 얼마 전까지 제 3자의 입장에서 마을을 바라보았던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활동 초반에는 회의적인 마음이 컸다. 그들만의 리그와도 같은 마을활동이 반복되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과연 이들이 만드는 마을이라는 것이 정말 마을일까. 마을 만들기에 갇혀 마을활동을 하는 사람들만의 마을이 되어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생각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다르지 않다. 자발적으로 마을 안으로 들어와 마을을 가꿔가는 그들의 노고를 이제는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들이 노력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마을사람들을 모두 안기에는 마을 안에 사람도 돈도 여유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제 3자에서 마을 들어오기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을 활동가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동을 할애하며 마을을 가꾸고 있는지 봐왔다. 그리고 마을 곳곳의 소식들을 취재하며 내 삶의 마을도 커졌다. 예전부터 마을활동을 해오던 엄마와도 이제는 ‘아 그 동네에서 뭐 있다며?’ 하면서 서로 맞장구를 치며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제 3자였던 내가 조금은 마을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앞으로도 평생을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활동할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활동하는 매체가 마을미디어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든지 마을 안과 밖에서 활동할 수 있는 청년, 마을사람이고 싶다. 우연한 계기로 마을 안에 들어온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마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