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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미디어 리뷰

[7,8월_리뷰] 마을에서 마음을 듣다 - 가재울라듸오 리뷰

by 공동체미디어 2015. 9. 8.


마을에서 마음을 듣다

- 서대문 가재울라듸오 리뷰



김희정 (가재울라듸오 애청자)


 학창시절, 라디오는 내 마음의 안식처 같은 곳이었다. 남 다른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그래도 라디오와는 늘 함께 했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 라디오는 내 마음을 들어주는 친구였고, 전화 연결이 되면 선물도 주는 산타 할아버지 같은 존재였고, 매일 밤 공 테잎을 넣었다 뺐다 하며 녹음도 하는 음악창고이기도 했다. 지금 떠올려보니 라디오와 함께 한 일상이 참 재미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보다 일찍 결혼을 해 치열하게 살며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사치였던 시절은 가고 어느덧 진득하니 앉아 누군가의 이야기에 내가 공감하며 웃고 우는 날이 찾아왔다. 이제는 차에서 맘껏 라디오 주파수를 바꿔가며 들을 수도 있고, 설거지 하며 듣기도 한다.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사는 날이 올까 싶었는데 이렇게 라디오 리뷰를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도... 이래서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 인생은 살수록 아름다운 거라고 했나 보다. 


 지상파 프로 중에 선호하는 음악방송이 생길 무렵,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지역의 <가재울 라듸오>를 만나게 되었다. 라디오를 듣기 전에는 공중파도 아니고 지역의 라디오가 얼마나 잘하겠어? 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들어본 느낌은 나의 선입견을 단번에 깨주기 충분했다. 


 음질, 구성, 기획 등 뭐 하나 지상파에 뒤질게 없었다. 더욱 지상파 광고에 질려 있었던 차에 광고 없는 지역 라디오는 참 신선하고, 다채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골라서 들을 수 있다는 재미.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참 매력적이었다. 


 <가재울 라듸오>에는 파킨슨병 환우들이 진행하는 <라디오파킨슨사랑방>을 비롯해 서대문 마을 곳곳의 소식을 전해주는 <줌인서대문>, 교육에 종사하는 게스트들이 번갈아 진행하는 <서대문여성시대>, 신촌 유플렉스 앞 빨간버스에서 진행하는 <신촌다방>과 <감각과철학사이>가 있다. 또 <김별의 스윗프라이데이>, 또 최근에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든 을들의 방송을 지향하는 <마을을넷>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취향대로, 입맛대로 골라들을 수 있어 좋다.



 특히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프로그램은 바로 <그림책 읽어주는 여자>. 그림책을 통해 행복, 위로, 재미, 정보를 드리고, 이야기로 힐링하고 싶은 사람들, 아이엄마는 더욱 공감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정말 딱 나를 위한 방송이었던 것. 회당 그림책을 선정해 그림책도 실감 나게 읽어주면서 그림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라면 충분히 관심이 가는 그림책을 읽어준다니, 호기심이 생겨 안 들어볼 수가 없었다, 광고가 없어서 방송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내 옆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 같아서, 다른 일을 하다가도 <그림책 읽어주는 여자>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림책 읽어주는 여자> 청취자는 0세부터 100세까지 그림책으로 힐링하고 싶은 사람들이 라고 한다. 그림책은 유아나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어른들도 그림책을 읽으면서 힐링하는 사람들이 많아 공감 가는 부분이다. 


 우리 집은 올해 네 살이 된 아이에게 자기 전에 그림책을 읽어주는데, 한창 사춘기에 들어선 중학생 아들도 같이 듣는다. 아이 입장에서는 유치하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에 귀 기울여 들어주니 정말 행복한 시간이다.


 <그림책 읽어주는 여자>를 듣고 있다 보면 사는 이야기에 공감이 가면서 뭉클할 때도 있고, 빵빵 터지는 재미난 이야기들로 박장대소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읽어줄 그림책 정보를 얻을 요량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요새는 오히려 내가 위로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의 말에 공감하고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  


 라디오라는 매체는 텔레비전과는 비교 불가한 매력이 있다. 청소를 하면서도 들을 수 있고, 고요한 밤에 조용히 라디오를 들으며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마을 미디어라는 것은 지상파와 다르게 꾸준히 듣기 힘들 수 있는데 <그림책 읽어주는 여자>를 챙겨 들으면서 마을 미디어에 대해서도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산다는 것이 행복하기만 하지 않다는 것은 대한민국 엄마라면 조금 공감이 갈 것이다. <그림책 읽어주는 여자>는 엄마에게 힘을 주는 프로그램이라고 과감히 추천하는 바이다. 


 진행자인 ‘껌’과 ‘삔’이 읽어주는 그림책을 들으면서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말처럼 엄마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힘을 얻어 다시 그 힘을 내 아이에게 쏟을 수 있을 거 같다.  몇 회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진행자의 아들이 음악 틀기 전에 귀여운 목소리로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하면서 짤막하게 노래 몇 소절을 부르는 게 있었는데 정말 신선했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것 같았다.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방송을 준비하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고, 마을미디어여서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두 진행자가 서로 안부를 묻고, 아이 이야기를 할 때는 꼭 내 이야기 같고, 엄마 미소를 짓게 된다.



 소소한 내 일상에 찾아와 행복한 기분 느끼게 해주고, 다음 회를 기대하게 되는 방송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하다. 텔레비전이 없는 우리 집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라디오라는 매체인데, 이렇게 마을에서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라디오 방송을 접할 수 있어 참 좋다.


 학창시절, 워크맨과 한 몸이었던 나!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도, 화려하진 않지만 마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가재울 라듸오>와 함께 하고 있다.

 가재울 라듸오가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작은 소리에 귀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고,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마을 미디어로 점점 더 승승장구하길 바래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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