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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식지 2호] 중랑 민중의집 "마을과 미디어 감사합니다!" - 마을과 미디어교육 제 1기를 마치며

by 공동체미디어 2013.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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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2호] 중랑 민중의집 "마을과 미디어 감사합니다!"

- 마을과 미디어교육 제 1기를 마치며

 


 

- 글, 사진/ 박수영(중랑 민중의집)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이라더니……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수습은 할 수 있을까?

 

수영 샘서울시에서 마을미디어 관련한 교육사업을 진행한다던데한번 해 보지 안을래요?”

평소 마을 활동에 대해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계신 이수종 선생님 (재미지역아동센터장)이 어느 날 보내 주신 메시지입니다. “중랑민중의집이라는 이름으로 지역활동을 시작한지 어언 1년 반째몸만 힘들고 막상 눈에 보이는 성과는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조금씩 지쳐갈 무렵 받아 든 한 줄의 메시지는 점차 냉소적이 되어갔던 제게 다시 한번 무엇인가 해 보자라고 하는 생각이 잠깐아주 잠깐이나마 스쳐 지나갑니다. (천성인 비관적인 성격 탓인지 바로 너무 시일도 촉박하고많이 힘들 거야라는 생각으로 바뀌긴 했지만요.)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공부한다는 마음으로라도 한번 들어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사업설명회에 찾아간 날특별한 단체등록 없이도 된다필요한 컨설팅은 언제든지 요청하시라는 사업단의 얘기에 그만 혹하고 말았습니다아무튼 지역에서 무언가 활동을 해야 할 시점이었고그렇다면 이러한 기회를 놓치는 것도 바보짓 아니겠냐 싶은 생각에 일단 번갯불에라도 콩을 함 구워보자뭐 홀랑 다 태우더라도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잘 구울 수 있다라는 공부라도 하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앞뒤 잴 것 없이 일단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밀어 넣었습니다.

어이쿠 이런워낙 급하게 만든 기획서라서 많이 불안했는데 설마 한번에 덜컥 붙을 줄은 몰랐습니다물론 관악FM등 주위의 많은 도움이 있기는 했지만이런 일에 한번도 경험이 없는거기에 더해 아직 단체등록도 되지 않은 미등록 무허가 단체에 이렇게 쉽게 사업을 내 줄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거든요사실 붙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 하고 있던 차라 아무런 후속준비도 안 되어 있었는데마음만 조급해집니다교육장소는 어디서 해야 하지사람은 어떻게 모아야 하지멀리 관악에서 강사분께서 오시는데사람이 안 모여서 폐강되면 어떡하지막상 오신 분들이 교육 재미없다고 항의하시면 어떻게 하지기획서 쓸 때는 겁도 없이 지역방송국 만들겠다고 썼는데진짜 만들어야 되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오만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나갑니다.

무식하게 시작한 일이니 무식하게 끝까지 가 보자포스터와 유인물 뭉치를 들고 동사무소복지관지역 생협 등 생각나는 곳들은 일단 전부 돌아다녀 봅니다공문도 없고그 동안 일면식도 없던 곳들에 얼굴 두껍게도 찾아 들어가 무조건 부탁부터 합니다이런…… 하루로는 턱도 없네요……


(사진설명 : 마포 FM 탐방길에 오른 중랑 미디어문화교실 식구들이 마포FM의 송덕호 본부장님의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이제 두 번째 수업인 데다가 거리도 먼 마포라 그런지 많은 분들과 함께 하지 못했네요.)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개강일그래도 5~6분 정도의 교육생이 와 주셨습니다개강을 미뤄야 하나하는 고민까지 했지만오신다고 하신 분들에게 미뤄졌다고 말씀 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닐 것 같아 일단 개강을 강행하고 봅니다과연우리는 끝까지 무사히 교육을 마칠 수 있을까요?

 

 

이거 잘하면 뭔가 될 수도 있겠는데?

 

스스로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시작한 미디어교육관악FM의 강사분들은 말로는 어렵지 아않아요오오오~~~”를 남발하시는데본인들의 경험을 통해 들려주시는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걱정만 앞섭니다. ‘저게 어떻게 가능해?’ ‘내가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개강은 했는데도 여전히 오만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덤벼듭니다강의 초기에 잡힌 미디어탐방 역시마포관악최소한 1시간 이상 걸리는 곳인데몇 분이나 와주실까걱정이 태산입니다몇십년 이상 성우를 해 오신, ‘은하철도 999’의 철이 목소리를 연기해 주셨다는 성우분께서도 교육을 신청해 주셨는데망신만 당하고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혼자 훌쩍거리고 있는 내 모습이 자꾸만 머리속에 떠오릅니다.

드디어 역사적인 관악FM 방문일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작한 방송출연인데우리 교육생 여러분들께서 저렇게 말씀을 잘 하셨나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이야기를 해 주시네요밖에 앉아 있는 나는 이렇게도 긴장되는데전혀 긴장도 안 하시고 술술 이야기를 풀어 가십니다지금 나만 떨고 있나?


(사진설명 : 지난 6 23일 관악 FM에서 진행한 무작정 방송 체험하기 1탄 라디오 게스트가 되어보자!”현장입니다이정애 선생님정경희 선생님황성희 선생님 (좌상단부터 시계방향 순)이 아이들과 함께 포즈를 취해 주셨습니다.)



진행자가 워낙 뛰어나서 저 분들께서 저렇게 자연스럽게 말씀해 주실 수 있는 것일까혹시 은하철도999에서 철이 목소리를 연기해 주신 교육생 우문희 선생님께서 나 몰래 이 분들을 모아 놓고 교육을 시켜 주신 것은 아닐까틈만 나면 고질적인 의심병이 도지지만 무엇인가가 마음속에서 차츰 싹을 틔워가고 있다는 느낌만은 확실합니다.

이거 잘하면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개강한 이후에도 여전히 확신을 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제 마음을 교육생 여러분들이 든든하게 받쳐 주시는 듯한그 동안 계속 찌푸린 폭풍전야 같았던 제 머릿속에 작은 햇살이 살짝 얼굴을 비추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역사적인 첫 방송우리 정말 할 수 있구나!

 

잠시 광명을 비추는 듯하던 마음은 숨쉴 틈을 주지 않고 찾아 든 무더위와 함께 저 머나먼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영원한 생명 머시기를 찾아 헤맵니다하필 가장 더울 때하필 가장 지루할 수 있는 마을과 미디어에 대한 이론교육을 잡아버린 나의 무신경함을 탓해 보지만그렇다고 그냥 적당히 눙치며 넘어갈 수도 없는 교육이기에 조바심만 들 뿐입니다다음주에는 일단 막무가내로 방송을 해 보시겠다는 강사님의 말씀에 걱정이 앞선 것은 사실이지만지루한 이론이 아닌 실습 위주의 수업에 일단 반색하게 된 이유입니다.


(사진설명 : 지난 7 21일 중랑민중의집에서 진행한 무작정 방송 해보기 제 2탄 나도 방송진행자에서 진행한 두 팀의 진행 사진입니다. A조는 김아영 선생님과 우문희 선생님이 멋진 라디오드라마를 (위쪽 사진), B조는 황성희 선생님과 황규봉 선생님이 차분한 음악방송을 진행해 주셨네요 (아래쪽 사진). 이 네 분만 참여하셨냐고요사진에는 함께 나오지 못하셨지만 각각 이승진 선생님과 이수종 선생님이 화면 너머에서 엔지니어 역할을 수행해 주셨답니다.)

 

 


무작정 라디오 방송에 반색했다고 제가 그랬나요하루하루 실습날짜가 다가오면서 마음 속은 폭풍전야 따위는 가뿐히 초월한 초대형 폭풍이 휘몰아칩니다부담스럽다고 안 나오시면 어떡하지바로 인터넷으로 송출까지 한다던데이거 전국적으로 개망신 당하는 것은 아닐지?마음 속에 휘몰아치는 초대형 태풍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어느새 날짜는 훌쩍 지나가고제발 다가오지 말라고 두손모아 기도했던 운명의 그 날이 순식간에 눈 앞에 닥쳐옵니다.

도대체 왜 걱정을 했던 것일까요멋들어진 라디오드라마를 보여주신 A완벽한 호흡과 찰떡같은 궁합으로 능숙하게 지역 소식 방송을 진행해 주신 B왜 좀 더 일찍 이런 일을 벌이지 못 했는지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옵니다주체는 내가 아니고 이분들인데왜 주제넘게 나 혼자 쓸데없이 고민하고 좌절했는지 모르겠습니다우리 마을에 필요한 것은 이런 놀라운 재주를 가진 마을 사람들이 그저 재미있게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으로 충분했는데모든 것을 나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입니다.

이 분들과 함께 할 수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습니다며칠 후 만든 첫번째 시험방송 역시 대성공이 정도면 바로 방송국 개국해도 되겠네요~~~!!! 끝날 것 같지 않던 지독한 무더위도 어느새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상쾌한 바람이 시원하게 온 몸을 감싸옵니다.


(사진설명 : 지난 8 18일의 중랑 라디오가 좋다” 파일럿 방송이 있었습니다위로부터 권용균 선생님이승진 선생님정경희 선생님김아영 선생님이 메인MC를 맡은 황성희 선생님과 함께 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영상보기>



마을과 미디어감사합니다!!!”

 

단 하루라도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수료증을 만들어 드립니다수료증과 함께 이 분들과 함께 2기 교육도아니방송국 개국까지도 함께 하고 싶다라는 마음을 함께 전달해 드립니다지난 1기 때의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아니나 혼자가 아니라 이 분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똑 같은 실수는 절대 반복하지 않겠지요.

 


(사진설명 : 8 25중랑 미디어문화교실의 마지막 날에는 지난주에 파일럿방송을 내보낸 중랑 라디오가 좋다의 품평회가 있었습니다.함께 방송해주신 분들과 함께 전교조의 김귀식 선생님 등 외부 손님도 함께 해 주셨습니다.)


<동영상보기>

 


 

초짜 활동가의 쓸데없는 고민걱정은 이제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를 결코 가볍지 않은 장비를 들고 매주 왕복해 주신 주강사 안변천 대표님과항상 걱정부터 앞서는 풋내기 활동가와 함께 교육 전반을 준비하고 진행해 주신 보조교사 황성희 선생님그리고 무더위의 한복판을 관통하는 힘든 교육기간 동안 항상 함께 해 주신 교육생 여러분들께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3개월간의 일정을 함께 해 주신 여러분감사합니다그리고 앞으로 우리 마을에서 라디오방송국을 만들 때까지 함께 해 주실 것을 알기에 함께 감사드립니다.

처음 교육을 만들 때에는건방지게도 내가 마을분들께 무언가 베풀어 드린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이제 반환점을 돌며 보니오히려 내가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을과 미디어감사합니다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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